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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 밥’ 먹으면 혈당을 낮춘다?

입력
2022.06.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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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 밥을 먹으면 혈당 급상승을 막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식은 밥을 먹으면 혈당 급상승을 막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쌀밥 등에 많이 함유된 탄수화물은 오랫동안 ‘비만의 주범’이라는 누명을 받고 있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들어오면 지방으로 바뀌어 복부 비만을 일으키고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밥을 식혀 먹으면 혈당 상승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폴란드 포즈난 의대 연구팀은 32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46g의 같은 양의 쌀밥을 지어 한 집단은 갓 지은 밥, 한 집단은 24시간 동안 식힌 뒤 다시 데운 밥을 먹게 했다.

식힌 뒤 다시 데운 밥을 먹은 집단은 갓 지은 밥을 먹은 집단보다 혈당이 전반적으로 덜 높아졌고 혈당도 안정적이었다. 연구 결과는 ‘영양 및 당뇨병(Nutrition & Diabetes)’에 실렸다.

연구팀은 식힌 탄수화물이 ‘저항성 전분(resistance starch)’ 덕분에 혈당 조절에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포도당으로만 구성된 일반 전분을 많이 섭취하면 체내에 지방이 축적되지만, 저항성 전분을 먹으면 지방 분해가 오히려 촉진된다.

저항성 전분에는 식이섬유가 최대 90% 포함돼 있어 아밀라아제가 포도당을 분해하지 못해 체내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

대신 대장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돼 짧은 사슬 지방산으로 변신, 식이섬유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일반 전분의 열량이 1g당 4㎉인 것보다 저항성 전분은 1g당 2㎉다.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도 전분보다 저항성 전분이 많은 것을 섭취하면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혈당을 낮출 수 있다.

저항성 전분은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에서 식이섬유와 유사한 역할을 해 장을 건강하게 하고 비만을 비롯해 이와 관련된 각종 질병 예방을 돕는다.

이전 연구에서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2015년 실시된 연구에서도 차가운 쌀이 혈당의 급상승을 덜 유발한다는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어드밴스 인 뉴트리션’ 저널에 실린 저항성 전분에 관한 논문에서는 비만과 당뇨병, 대장암, 결장암 등 각종 질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식품과학과 기술 트렌드’ 저널과 미국 콜로라도대 암센터가 발표한 논문에서도 저항성 전분이 대장 점막 세포를 건강하게 하고 암세포 분열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비만을 막아 유방암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저항성 전분을 섭취할 수 있는 식품으로는 찬밥이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대에서 발표한 논문(2015년)에 따르면, 쌀밥은 상온에서 식혔을 때는 저항성 전분이 2배, 냉장고에서 식혔을 때는 3배가량 증가했다.

또한 밥을 지을 때 올리브유 같은 식물성 기름을 약간 넣어도 저항성 전분을 높일 수 있다. 잘 씻은 쌀 한 컵당 1~2티스푼의 식물성 기름을 넣은 후 12시간 정도 냉장 보관한 뒤 밥을 지으면 저항성 전분 함량이 높아진다.

감자도 쌀밥처럼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식힌 뒤 다시 데워 먹으면 저항성 전분 함량이 높아진다. 바나나에도 저항성 전분이 적지 않게 들어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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