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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치’부터 복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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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6ㆍ1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승리는 사실상 예견된 결과였다. 4년 전에 더 잃을 게 없을 정도로 참패했던 데다 새 정부 출범 초반이라 애초부터 관심은 승리의 폭과 범위였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압도적 승리에 대해 “독(毒)이 될까 두렵다”고 했다. 100% 동의한다. 그리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보수 가치의 성찰과 혁신과 재구성을 위한 각고의 노력 없이는 안 하느니만 못 한 완승일 수 있다. 특히 2년 후 총선까지는 소여(小與)의 한계에 직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텐데 대화와 타협의 ‘지난한’ 정치 과정 대신 속도전의 유혹에 빠져들 경우 안 하느니만 못 한 완승일 수 있다.
사실 지금의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내세우는 보수 가치의 지향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내놓은 온갖 쇄신 약속을 국민의힘이 제대로 이행했다고 여길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여전히 낡은 인물들에다 갈등과 분열을 자양분 삼는 정치 행태는 야당이던 지난 5년간 오히려 정도가 심해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너무나 뻔뻔한 인물들을 공천하고서 진부한 안정론 외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어낸’ 과정부터는 달랐다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단언컨대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는 분식(粉飾)의 효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권 교체를 위해 ‘검사 윤석열’을 과감히 이식해온 권력의지는 평가할 만하지만, 그마저도 이른바 ‘윤핵관’의 면면에는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2020년 9월 2일 당 강령을 전면 개정하면서 채워 넣은 미사여구들을 실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도통 모르겠다. 오죽하면 집권여당이 됐는데도 내로라하는 수많은 정치인들 대신 벌써부터 ‘한동훈 대망론’이 회자되겠나.
정말로 우려되는 건 ‘여의도 정치’의 복원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다. 특히 전반적인 상황 자체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정치의 본령을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그 무엇으로 악마화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새 정부 출범 초기라 여권은 성과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을 텐데, 여소야대 구도에다 민주당이 본격적인 내홍에 접어들고 있어 정치가 원활하게 작동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당시의 민주당과 달리 소수 여당이라 국회 상황을 주도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대통령실은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호소하려 할 텐데,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의 하위 파트너로 기능하기 시작하면 공동체의 이해관계를 조율ㆍ조정하는 정치의 영역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실제로 ‘한동훈 대망론’은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여권 내 권력의 무게중심이 여의도 정치권에서 서초동 검찰 쪽으로 옮아가고 있음을 상징한다는 점에서다.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과 궤를 같이하는 이런 흐름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없었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엔 대통령실로 권력이 집중되는 게 일반적인데, 지금은 대통령실로의 권력 집중이 검찰의 정치권력화를 용인하는 듯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5년간 민주당을 향해 ‘폭주’한다고 비난해온 국민의힘이 ‘서초동 권력’을 업고 정반대 방향에서 폭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선출된 권력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이용’한다는 착각이 정치적 입지 변화에 따라 부메랑이 된 것을 이미 숱하게 확인했다. 더욱이 혁신ㆍ쇄신을 외면한 권력이 국민적 신뢰를 잃는 건 순간이다. 전국단위 선거에서 연이어 승리한 지금, 국민의힘의 최우선 과제는 정치 복원이어야 한다.
양정대 에디터 겸 논설위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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