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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생자사(黨生自死), 자생당사(自生黨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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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6·1 지방선거가 치러진 1일 저녁 방송사 출구조사를 지켜본 뒤 “자생당사(自生黨死),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유행한다더니”라며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DJ(김대중) 시절 야당 대변인 당시부터 촌철살인의 대명사로 불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보궐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당은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상황을 빗댄 것이다. 이재명 책임론을 놓고 친문계의 비판과 재반격이 이어지면서 민주당은 전방위 내부 투쟁에 들어갔다.
▦ 물론 모두가 바람직한 모델로 삼고 있는 건 당생자사(黨生自死)다. 동원되는 용어도 입장에 따라 아전인수와 역공으로 뒤범벅이 된다. 이재명계는 핵심 중진인 정성호 의원이 페이스북에 “반성과 혁신을 못한 것은 우리들의 잘못”이라며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先黨後私)로 단합해야 한다”고 적었다. 당이 먼저고 개인이 나중이란 뜻이다. 공동책임론으로 이재명 책임론을 방어하고 나선 것이다.
▦ 선당후사는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대표적 정치권 키워드다. 현 야권의 전성기인 참여정부 이후 민주당은 두 정씨의 대결로 격랑에 휩싸였다.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패한 뒤 미국에서 8개월째 칩거하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4·29 재보선(2009년) 전주덕진에 출마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정세균 대표는 ‘일을 빨리 하려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을 거론하며 “선당후사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비판했다. “당원이 당을 이기려 한다”는 논란 속에 결국 정동영 공천 배제가 확정되고 ‘정동영-신건 무소속연대’라는 변칙적 상황으로 이어진다.
▦ 당내 투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면 ‘살신성인’이 자주 거론된다. 상대 정파 또는 중진들을 몰아내고 쇄신할 때 흔히 활용되는데 민주당에서 김영춘 최재성 우상호 등 586세대의 퇴진을 논할 때 단골로 등장했다. 당 주류가 ‘개혁공천’을 강행할 때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압박하고 퇴출 대상자는 속으로 울분을 삼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총선 직전 살신성인의 정치은퇴를 발표한 뒤 상황이 반전돼 공천받는 정객도 있었다. 사자성어가 자주 등장하는 건 명분이 생명인 정치의 적나라한 모습을 날것으로 보여준다. 차기 당권이 걸린 민주당의 내부 투쟁은 여름까지 상당 기간 길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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