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횡령 새마을금고, 이번에는 수상한 500억 대출 논란

입력
2022.06.04 10:00
구독

사업지 용인인데 서울·전주 등 10곳서 대출
48억~62억씩 모두 500억 원 대출해 줘
업체, 용인시에 450세대 개발사업 제안
용인시 "해당 토지 이미 시행자 선정" 반려
업체 측 행정심판 "개발 아닌 알박기" 패소
재판부 "용인시 반려조치 정당하다" 기각
매뉴얼에 어긋나, 패소에도 대출 연장 의문

새마을금고 홈페이지 . 홈페이지 캡처

새마을금고 홈페이지 . 홈페이지 캡처

새마을금고가 횡령에 이어 석연치 않은 대출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 전주 등 10여개 지역금고에서 개발사업을 방해하는 이른바 '알박기' 토지를 담보로 수백억 원을 빌려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욱이 해당 토지개발이 관련 지자체와의 소송에서 패소해 어려워졌는데도 대출이 연장돼 그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최근 직원이 16년 간 고객 예금 40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신당동 A지점을 비롯해 경기 수원과 성남, 고양, 울산, 전북 전주 등 10개 새마을금고는 2019년 말 B개발업체가 신청한 경기 용인시 성복구 186-1번지 외 22개 필지를 담보로 약 500억 원(각 지점당 48억~62억원)을 대출해 줬다.

B업체는 대출받은 금액으로 부지 내 토지를 추가 매입했으며, 해당 부지에 450세대 아파트 건립을 위한 ‘도시개발사업’ 인허가 계획(제안)서를 용인시에 접수했다.

하지만 용인시는 B사에 '사업불가'를 통보(회송처분) 했다. 해당 부지가 이미 2003년부터 ‘기반시설부담금 사업지구’로 묶여 있고, 수천억 원의 기반시설부담금 부과 처분까지 마친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기반시설부담금 사업은 공원과 도로 등 주민 편의시설을 시행 및 시공사가 모두 부담하는 조건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B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는 2020년 7월 “해당 토지가 포함된 부지는 이미 개발업체가 선정돼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B사의 제안서는) 자신들이 매입한 토지를 ‘알박기’처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이 사건 수립 제안의 숨겨진 목적”이라고 패소 판정을 내렸다. B사가 불복해 진행된 1심 재판(2021년 6월)에서도 재판부는 “용인시의 회송처분이 정당하다”고 기각했다.

문제는 행정심판과 1심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B사의 초기 대출 및 대출만기 연장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새마을금고 측은 여러 금고가 공동으로 대출할 경우 △공동대출의 경우 주관금고를 사업지 인접한 곳에 둘 것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규제지역이고 대출금이 50억 원 이상인 경우 각 금고별 중앙회 심사를 받을 것 △현장 실사는 각 지점별로 실시할 것 등 매뉴얼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새마을금고 중앙회 관계자는 “주관금고는 사업대상지로부터 50km 반경 내에 있으면 된다”며 “또한 중앙회 심사대상은 2020년 6월 이후, 현장실사(의무조항)는 2021년 4월 16일 이후부터 시행돼 해당 대출 건은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용인시와의 두차례 소송(2020년, 2021년)에서 패소해 개발사업이 어려워졌음에도 대출 연장이 이뤄져 심사나 현장 실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대출 연장은 해당 토지의 개발가능성(450세대 개발사업)이 아닌 토지만을 담보로 설정했기 때문에 개발가능성과 관계없이 대출연장이 가능했다”며 “이자 연체도 없고 토지가격이 상승해 연장 안할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금융권과 법률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출 연장이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C은행의 여신담당자 D씨는 “금융기관의 약관에는 대출담보 자격이 없어지거나 소송 등이 발생해 담보물이 훼손되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남은 대출 기한도 상실시키고 원리금 청구에 나서는 것이 보통”이라며 “그럼에도 해당 금융기관이 연장을 강행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 C씨도 “이번 대출은 행정심판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형적인 알박기 형태의 토지를 담보로 대출해준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과거 사업지역과 관련이 없는 타지역 단위농협에서 쪼개기 PF대출로 큰 논란이 됐는데 이 사건도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된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사업권에 관한 행정심판과 1심 재판에서 모두 패소한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대출연장을 승인한 것은 금융기관의 위험회피적 상황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중앙회 관계자는 “해당 대출 건이 내부 지침(매뉴얼) 마련 이전에 이뤄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공동대출 참여 금고들에 문의 결과 ‘당시 자체 심사와 현장실사를 모두 거쳤다’고 주장해 문제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임명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