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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총사퇴 민주당, 또 ‘졌잘싸’ 할 건가

입력
2022.06.03 04:30
27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6.1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밝히며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6.1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밝히며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대위가 2일 6·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선거 평가는 의원총회 등을 거쳐 꾸려질 새 지도부가 맡게 될 텐데 이미 패인과 책임을 놓고 격렬한 논쟁이 시작됐다. 계파 갈등과 함께 논쟁이 이어지겠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로 빠져서는 안 된다. 강성 지지층에 안주해 현실을 외면하고 반성을 회피한 것이 바로 연이어 선거에 패한 이유인데, 지고도 또 성찰에 실패한다면 민주당에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민주당 참패의 책임은 자명하다.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후보 본인과 당대표가 두 달여 만에 다시 출마했으니 누가 봐도 명분 없는 일이고 투표하고 싶지 않은 이유다. “숱한 우려와 반대에도 ‘당의 요구’라고 포장해 송영길과 이재명을 ‘품앗이 공천’했다”(신동근 의원)고 두 사람을 직격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사실 민주당은 대선 직후 했어야 할 성찰과 쇄신을 지방선거가 급하다는 이유로 건너뛴 대가를 고스란히 돌려받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선방했다”는 강성 지지자들이 있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경기도(의 승리) 때문에 반반 느낌”이라고 말했고, 김정란 시인은 “이재명 덕분에 몇 석이라도 건졌다”고 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향해 “역대급 패악질”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호응하는 의원들이 있으니 문제다. 김용민 의원은 “반성만 하다가 수렁에 빠뜨렸다”고 박 비대위원장을 공격했고 “개혁을 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같은 강성 주장에 빠져 검수완박 입법을 밀어붙인 것이 패인임을 짚어야 한다. 그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다.

‘선방’의 근거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자신은 “(졌잘싸) 생각을 한다면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광주의 낮은 투표율(37.7%)을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지적을 허투루 넘겨선 안 된다. 민주당이 길고 치열한 반성의 시간을 갖기를, 그렇게 해서 팔이라도 자르는 쇄신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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