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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과 공존하는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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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가까이 체감되는 때도 있다. '길고양이'가 그런 사례 중의 하나다. '길고양이'는 비교적 최근인 2000년 무렵부터 인터넷 카페 글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말이다. 보통 새로 만들어진 말들은 유행어처럼 사용되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길고양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사용되어 단어로 정착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작년에는 '길고양이'의 쓰임을 인정하여 '표준국어대사전'에 실었다. 동시에 기존 표제어인 '도둑고양이'는 '길고양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란 뜻을 더해 수정됐다.
'길고양이'의 출현 전까지는 '길'은 '길짐승'이란 단어를 제외하고 특정 동물과 어울려 단어를 만들지는 않았다. '들소, 들고양이, 들개, 산토끼, 산비둘기'와 '집소, 집고양이, 집개, 집토끼, 집비둘기'처럼 '들, 산, 집'과 어울려 단어를 만들고 구별하였다. '길고양이'라는 단어가 생기면서 '길'이 여러 동물에 어울려 사용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동물 '개'가 '길'과 어울릴 적에는 '길개'가 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길강아지'를 사용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반려동물로 집에서 기르는 '개'는 보통은 식구처럼 생각하여 강아지로 지칭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강아지'와 연결 지은 '길강아지'와 같은 단어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길까치, 길비둘기, 길사슴, 길너구리' 등처럼 야생에 가까운 동물에도 쓰임은 적지만 '길'이 어울린 단어가 포착된다. 길에 보이고 사는 동물들에게 '길'을 붙여 새로운 단어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생긴 언어변화의 결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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