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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선 손님만 쏙 빼고 식사한다? 글로벌 논쟁 일으킨 '스웨덴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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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친구의 집에 갔을 때가 생각 나. 우리가 방에서 놀고 있는데 친구 엄마가 '저녁 준비 다 됐다'고 부르더라고. 여기서부터가 중요한데, 친구가 나더러 자기 가족들이 식사하는 동안 방에서 기다리라고 했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올라온 한 누리꾼의 경험담입니다. '문화나 종교차이 때문에 다른 사람의 집에서 겪었던 황당한 일'을 공유하는 자리였죠. 그런데 이 글 아래로 '나도 스웨덴에서 당했다'는 비슷한 글들이 올라오면서 삽시간에 스웨덴인과 그 문화를 비판하는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해당 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서도 일파만파 퍼지면서 전 세계인들이 논쟁에 가담합니다. 누리꾼들은 스웨덴에 집중포화가 쏟아지는 상황을 '#스웨덴게이트'(#swedengate)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마치 스웨덴이 대형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을 저지른 것처럼요.
'나도 당했다'는 글들이 이어지며, 급기야 '스웨덴인은 손님, 특히 남의 아이는 굶긴다더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습니다. 전 세계 누리꾼들이 "스웨덴인은 과도하게 개인주의적이고, 무례하고, 인색하다"는 식의 비판을 쏟아냈죠. 한 트위터 이용자가 "스웨덴은 100년 넘게 살기 좋은 나라로 비춰졌는데, 캡처화면 하나가 다 망가뜨렸다"고 평가할 정도로 지난 일주일 동안 비난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관련 밈(meme·보통 '짤'로 해석되는 유행의 중간 매개물)들도 공유됐는데요. 서유럽 국가 중 손님 대접을 잘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를 표시한 지도가 대표적입니다. 스웨덴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 '미드소마'(2019년)도 밈으로 언급됩니다. 외지인인 주인공들이 식사 대접받는 장면을 공유하며, '평소와 달리 음식을 대접받을 때부터 쎄한 공포가 느껴졌겠다'며 비아냥대는 거죠.
스웨덴 누리꾼들 또한 적어도 1980년대까지는 식사를 주지 않는 문화가 존재했다고 말합니다. 유년시절 자신들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면서요. 그러나 스웨덴인들은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비난받을 일인가' 되물으며 식사를 대접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예테보리에서 자랐다는 스웨덴인 린다 요한슨은 1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보낸 기고글에서 "스웨덴인들은 다른 어린이(또는 다른 가족)가 자신의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식사를 계획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저녁식사 루틴 또는 준비를 망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더 로컬'이란 온라인 매체엔 더 자세한 설명이 실렸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①스웨덴에서는 저녁식사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놀러온 자녀의 친구도 당연히 가족과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해 밥을 안 주는 것이다. ②스웨덴에서는 미리 일주일치 식사 재료를 준비한다. 미리 초대한 손님은 당연히 대접하지만 (어린이들이 즉흥적으로 잡는) 놀이 약속의 경우는 다르다. ③스웨덴 전통음식은 나눠 먹기 어렵다.
한편, 스웨덴인들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이 나오는 과정에서 스웨덴의 인종차별주의 내지는 제국주의가 조명되는 중입니다. 스웨덴게이트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 '백인 스웨덴인'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건데요. 과거 스웨덴 정치인들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던 사건들까지 소환돼 논쟁에 불이 붙었고요. 3일 현재 스웨덴게이트는 본래 의미보다는 스웨덴 내의 인종차별을 가리키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스웨덴게이트는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일주일 동안 활발히 회자됐는데요. 손님을 대접하지 않는 문화라고 기정사실화하며 스웨덴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축구·스포츠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친구한테 밥 안 주는 문화는 처음 본다"며 이 때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스웨덴게이트가 화제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고요. 스웨덴인들의 설명을 종합해 하나하나 재반박하는 글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문화적인 배경을 찾으려는 누리꾼도 있었습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1920년대 스웨덴 아동복지시스템에 관한 학사 논문을 읽었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1920년대 산업화 당시 (어른의 돌봄을 못 받은) 버려진 세대가 성장하면서 이전 세대와 문화 단절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접대 관습이 부재하거나 부모자식 간에도 개인주의적인 면모가 보이는 것이다."
그러자 주한스웨덴대사관은 '스웨덴 사람들이 개인주의적이고 비사교적'이라는 시각에 조심스레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대사관은 1일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스웨덴 사람들과 피카(fika)경험이 없어서 나온 말 아닐까 싶다"고 밝혔는데요.
대사관은 피카가 "언제라도 장소를 불문하고 사람들과 함께 하루에도 여러 차례 즐기는 시간"이라며 "함께 뜻깊은 시간을 갖기 위해 잠시 짬을 낼 수 있는 정당한 이유를 제공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과도한 개인주의'에 대한 반박인 셈입니다.
스웨덴을 비판하는 것이든 옹호하는 것이든, 지금까지 스웨덴게이트에 관한 논의는 모두 온라인에 올라온 글을 스웨덴의 일반적인 문화로 전제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온라인에 공유된 일화들이 실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스웨덴 음식 잡지 '미식가'의 편집장 옌스 린더는 한국일보에 "30~40년 전에는 각자 집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게 이상하다고 느꼈고, 식사를 주지 않는 문화는 더 부자인 사람과 상류층 가족에게 더욱 일반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일반 노동자 계층이었던 그의 부모님의 경우 자신의 친구에게 늘 밥을 먹였다고 회상했죠. 그는 지금은 손님과 함께 식사하는 가정이 더 많다며 "나도 집에 놀러온 아들의 친구에게 늘 밥을 먹인다"고 밝혔습니다. 즉 "스웨덴게이트는 과장됐다"는 것이 그의 의견입니다.
음식인문학자인 주영하 한국학 중앙연구원 교수는 한국일보에 “21세기 이후 식사에 대한 각 가정의 생각이 변화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개별화된 가정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며 SNS에 올라온 경험담을 스웨덴의 일반적인 음식문화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습니다.
그는 또 “21세기 이후 현대 도시에서 손님의 가정 방문은 미리 약속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며 언급된 일화를 ‘무례한 일’로 쉽게 치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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