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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과 사기는 한 끗? 실리콘밸리 발칵 뒤집은 테라노스 흥망사 [몰아보기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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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홈즈(어맨다 사이프리드)는 어려서부터 야심이 컸다. 스티브 잡스(1955~2011)처럼 세상을 흔드는 사업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뭐든지 빨리 해내려 했다. 명문 스탠퍼드 대학에 진학한 후엔 딴눈 팔지 않았다. 눈높이를 대학원생 수준으로 두고 공부했다. 피 한 방울로 혈액검사가 가능한 장치 개발에 나섰다. 유명 교수가 후원자로 나섰다. 부모님에게 앞으로 낼 등록금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고 졸랐다. 학교를 중퇴했고, 허름한 곳에 사무실을 차렸다. 2000년대 실리콘밸리를 깜짝 놀라게 한 바이오기업 테라노스의 시작이었다.
홈즈는 거침이 없었다. 거물 투자자를 찾아갔다. 처음엔 긴가민가했던 투자자가 지갑을 열었다. 홈즈의 열정과 비전 때문이었다. 기술 개발로 성과만 내면 됐다. 하지만 시간과 돈을 쏟아도 원하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투자 받은 돈은 금세 사라졌다.
거대 제약사로부터 자금 유치를 해야 살 수 있었다. 천운이었을까. 최초로 실험에 성공했다. 제약사 노바티스 고위 관계자들 앞에서 시연만 하면 탄탄대로가 열릴 판이었다. 하지만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눈속임으로 위기를 넘겼다. 어차피 한번 성공했었으니 사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홈즈는 거짓으로 큰 효과를 보자 윤리감각이 무뎌졌다. 사람들은 겉핥기로 홈즈와 테라노스를 과대평가했다. 20대 야심만만한 여성사업가가 거금을 유치하고, 새로운 의료기술을 개발한다는 점만으로 열광했다. IT 거부 래리 엘리슨, 전 미국 국무장관 조지 슐츠 등이 홈즈와 테라노스의 포장지로 활용됐다. 테라노스가 대단한 기술을 가진 것처럼 소문이 나면서 테라노스의 몸값은 뛰었다.
홈즈는 속임수를 자주 쓰게 됐다. 돈이 있어야 자신이 생각하는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어느 순간 수단이어야 할 투자금 유치가 목적이 되기 시작했다. 홈즈의 연인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서니(나발 앤드류스)는 모든 기업이 다 그렇다는 식으로 말하며 거짓을 독려했다.
홈즈가 거짓말을 할수록 투자금은 늘어났다. 감춰야 할 비밀 역시 늘어났고, 회사는 보안과 법무 업무가 강화됐다. 홈즈와 함께 창업했던 엔지니어와 연구원들은 쫓겨났다. 기술개발이 원활할리 없었다. 피 한 방울로 혈액검사를 해 사람들을 이롭게 하겠다는 꿈은 변질됐다. 홈즈는 여전히 남다른 꿈을 지녔고, 그 꿈을 위해 달려간다고 여겼으나 회사는 계속 잘못된 방향으로 향했다. 내부고발자들이 나타났고, 홈즈는 기밀유지조항을 무기 삼아 입을 막으려 했다. 그는 어느새 거대한 껍데기만 있는 회사의 악덕기업주가 됐다. 몰락은 시간문제였다.
테라노스는 한때 기업가치가 90억 달러에 이르렀다. 홈즈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혔다. 신기루였다. 회사 고위직에 있거나 젊어서 부를 쌓은 중년 남성들은 트렌드에 뒤쳐졌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홈즈와 테라노스를 추종했다. 실리콘밸리 전체가 홈즈의 거짓말에 놀아난 이유다. 홈즈가 유치한 투자금은 10억 달러 정도였다. 유의미한 기술 개발은 없었다. 드라마는 사업과 사기의 경계선이 불분명한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홈즈를 통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홈즈는 사기죄로 재판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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