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특별감찰관 놓고 티격태격… 신뢰 위기 자초하는 윤 대통령

입력
2022.05.31 20:00
수정
2022.06.01 07:23
5면
구독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부산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엑스포 유치지원위 전략회의 및 민간위 출범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부산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엑스포 유치지원위 전략회의 및 민간위 출범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상시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제' 존치 여부를 놓고 대통령실과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의원들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대통령실이 제도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히자마자 윤핵관 의원들이 "대통령의 뜻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다.

윤핵관 중 한 명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방선거 이후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공표하고, 대통령실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되, 더 나은 제도가 있는지 구상한다는 뜻일 뿐"이라며 한발 물러서면서 논란은 진화되는 중이다. 하지만 대선 전 측근들을 통해 특별감찰관 임명 의지를 밝혔던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신뢰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루 만에 입장 바꾼 대통령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1일 취재진에게 "여야가 특별감찰관 후보 3명을 추천하면 윤 대통령이 법에 따라 1명을 지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대통령실 핵심관계자가 브리핑에서 제도 전면 재검토 의지를 알렸는데, 이를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 관계자는 "어제 브리핑에서 특별감찰관제 폐지를 전제로 논의를 진행하는 것처럼 비쳐 혼선을 드렸다"며 사과했다. 다만 "특별감찰관제가 가장 효율적인 제도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대통령실의 입장 번복은 윤 대통령의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았던 핵심 참모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공개 저격' 이후 이뤄졌다. 장 의원이 전날 밤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은 측근 감찰이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실의 분발을 기대한다"고 쓰자 기류가 달라진 것이다.

특별감찰관제 둘러싼 윤심 해석 제각각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취임한 뒤 특별감찰관제가 곧바로 재가동될 거란 관측이 많았다. 인수위 시절 측근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달리 새 정부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기 때문이다. 장 의원도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특별감찰관 제도는 엄연히 현행법에 규정되어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반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특별감찰관의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아예 임명을 안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우병우 민정수석과의 충돌로 유명무실했던 제도"라며 "깨진 독에 물을 붓는 것보다 모순을 바로잡는 게 새 정부가 할 일"이라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제도 개선 쪽에 무게를 싣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논의하는 상황"이라며 중립적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31일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서 2030 부산엑스포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31일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서 2030 부산엑스포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與 "특별감찰관 임명" 압박하지만…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지방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해 특별감찰관 후보 3명을 추천하겠다"고 했다.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대통령이 측근 비리에 관대한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권 원내대표는 "여야 간에 특별감찰관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하지 않는 이상 지방선거 이후 법에 따라 추천 절차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감찰관제는 수년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방치돼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현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실이 민정수석실을 없애 '사정 컨트롤타워' 기능을 내려놓은 만큼 특별감찰관 제도 운영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그런 만큼 하루빨리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서 제도를 정상화하든가, 그게 아니면 여권이 나서서 책임지고 제도 개선을 약속하든가,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지현 기자
손영하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