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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훌륭한 변심

입력
2022.05.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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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WP) 기자로부터 "(한국의) 내각에는 여자보다 남자만 있다"는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WP) 기자로부터 "(한국의) 내각에는 여자보다 남자만 있다"는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또 여성 전문가를 발탁했다. 이인실 특허청장이다. 26일 박순애(교육부)·김승희(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지명에 이어 네 번째다. 인수위부터 장·차관까지 뚜렷했던 여성 배제 기조가 뒤집혔다. 윤 대통령은 24일 김상희 국회부의장에게 “공직 인사에 여성에게 과감히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겠다. 시야가 좁았다”고 말하더니 즉시 행동으로 보였다. 이런 학습능력과 실행력이라면 정치 초보라는 단점이 문제가 안 될 것 같다.

□ 대통령의 변심은 21일 한미 정상회담 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남초 내각’을 질문한 충격의 여파로 보인다. 최근 윤 대통령을 ‘안티페미니즘에 기반해 당선된 포퓰리스트’로 규정한 외신 보도가 잇따라 나온 것도 자극이 됐을 것이다. 대선 기간 내내 국내 언론이 문제를 지적했을 땐 꿈쩍 않던 것이 아쉽지만 바람직한 변화에 박수 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무리 표가 급해도 성평등에 반대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뒤처진 후진적 주장임을 이제는 알았을 것이다.

□ 그는 여성 공직자 후보의 낮은 근무평가에 대해 한 참모가 “남성 위주 조직에서 여성이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것”이라고 말한 것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도 했다. 구조적 성차별의 현실을 처음 맞닥뜨린 충격이겠다. 윤 대통령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성범죄가 얼마나 만연하고 처벌은 가벼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성 경력단절과 임금차별이 얼마나 심각한지도 알게 될 것이다.

□ 이 충격적 자각을 윤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철회하는 것으로 완성하기를 바란다. 사실 안티페미니즘 전술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것이었고, 선거결과로 실패가 확인된 것이다. 여가부 존속을 공언하면 잃을 것은 작고 국민 통합과 대외 이미지라는 큰 것을 얻게 된다. 이 대표는 28일 “팬덤 정치를 부수는 게 그렇게 어렵냐”고 페이스북에 썼다. 자신이 팬덤 정치와 맞선 사례로 “탄핵은 정당하고 부정선거는 아니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 이번엔 “안티페미니즘은 틀렸고 여가부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할 때다. 이 대표도 함께 한다면 좋을 것이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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