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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산업의 토스를 꿈꾼다" 이영호 엔라이튼 대표

입력
2022.06.01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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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소 수익 늘려주는 '발전왕' 앱 개발
드라마 '카이스트' 보고 벤처사업가 꿈 키워

댐을 쌓거나 석유, 석탄, 핵 원료를 태워 전기를 만드는 발전 사업은 과거에 개인들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가 등장한 지금은 다르다. 전국에 기업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크고 작은 태양광 발전소가 무려 10만 개 이상이다. 이쯤 되면 이들을 겨냥한 사업이 등장할 만하다.

이영호(40) 대표가 2016년 창업한 엔라이튼은 발전 사업자들을 겨냥한 에너지 플랫폼 신생업체(스타트업)다. 이곳에서는 태양광 발전의 모든 것을 다룬다. 어떻게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할 수 있는지, 어디에 공사를 맡기고 발전으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업체의 앱 '발전왕'을 들여다보면 된다. 덕분에 스타트업인데도 태양광 발전소 1만2,246개가 발전왕을 이용하면서 국내 태양광 발전시장 점유율이 약 13%에 이른다.

이영호 엔라이튼 대표가 서울 서초대로 사무실에서 전국 태양광 발전소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발전여지도'를 보며 태양광 발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영호 엔라이튼 대표가 서울 서초대로 사무실에서 전국 태양광 발전소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발전여지도'를 보며 태양광 발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태양광 발전소들이 발전왕을 이용하는 이유

"발전 산업의 토스가 되고 싶어요." 서울 서초대로의 엔라이튼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에게 회사의 지향점을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태양광 발전소부터 전기차 충전소, 연료전지 발전소 등 다양한 발전 사업의 편의를 제공하고 향후 전력거래 사업까지 하고 싶어요."

이를 위한 첫 번째 서비스가 '발전왕' 앱이다. 이 앱은 태양광 발전 시설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시간 발전 상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과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지금은 태양광 발전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액화천연가스(LNG)를 전기로 변환시키는 연료전지 발전 등 다른 에너지원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여러 개 발전소를 갖고 있는 기업형 발전사업자들을 위한 '발전왕 비즈' 앱도 내놓았다. "관리 중인 전체 발전소를 '발전여지도'라는 현황판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줘요. 이상이 발생하면 어떤 발전소에서 무슨 문제가 발생했는지, 원격처리가 가능한지 아니면 기사를 파견해야 하는지 알려줘 사업자들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게 해주죠."

태양광 발전 부품도 싸게 공급한다. "발전 시설 관리나 공사에 필요한 부품을 발전왕 비즈앱을 통해 10~20% 저렴하게 살 수 있어요."

발전시설 운영에 필요한 화재와 파손 대비 보험도 최대 35% 할인해 제공한다. "태양광 발전은 1㎿출력 시설을 지으려면 20억 원 정도 들어 대출을 많이 받아요. 특히 태양광 발전 대출을 많이 해주는 지방은행들이 불안하니 보험을 들라고 권하죠. 보험사들은 일일이 발전 사업자들을 찾아다니며 개별 계약을 하면 힘든데, 발전왕에서 여러 건을 한꺼번에 묶어 제공하니 관련 영업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할인을 해주죠."

발전왕과 발전왕 비즈 앱 이용은 무료다. "플랫폼 서비스를 널리 알리고 이용자를 확대하기 위해 앞으로도 무료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전기차 위한 '충전왕' 앱도 개발

땅을 가진 사람들에게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해도 좋은지 알려주는 인공지능(AI) 서비스도 제공한다. "엔라이튼 홈페이지에서 소유한 땅의 지번을 입력하면 어느 정도 발전량이 나올지, 수익률이 얼마나 될지 알려줘요. 또 AI가 기존 정보와 비교해 인허가 가능 여부, 대략적인 공사 비용, 대출을 받으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등등 세세하게 알려주죠."

발전 시설을 짓기로 했다면 앱을 통해 공사업체까지 소개받을 수 있다. "엔라이튼에 의뢰하면 시공 표준을 만들어 발전왕 비즈 앱에 올리죠. 시공업체들이 이를 보고 공사에 참여해요."

전기차 이용자를 위한 ‘충전왕’ 앱도 최근 추가했다. "전국의 충전소 현황과 어디 가면 싸게 충전할 수 있는지 요금을 실시간으로 보여줘요. 특히 충전장치 사용 여부를 표시해줘서 헛걸음하지 않도록 하죠."

태양광 발전을 위해 들판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 엔라이튼 제공

태양광 발전을 위해 들판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 엔라이튼 제공


태양광 발전으로 얼마나 벌까

이 대표에 따르면 발전량이 100㎾인 태양광 발전 시설은 연 2,000만 원, 1㎿면 연 2억 원 정도 번다. "개인 중 100㎾ 태양광 발전소를 3개 이상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10개 이상 갖고 있으면 기업 형태로 운영하죠."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햇빛을 모으는 패널을 설치할 공간이다. "유휴 부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태양광 발전을 하면 좋죠. 100㎾ 용량의 발전 시설을 지으려면 300평 정도 필요해요. 차 한 대 세울 주차공간이면 3㎾를 발전할 수 있죠."

개인이 하는 태양광 발전은 땅이 많이 필요해 큰 발전소가 별로 없다. "국내 태양광 발전소 10만 개 중 절반 이상이 발전량 100㎾에도 못 미치는 작은 시설들입니다. 땅값과 기자재 비용이 비싸 대부분 시 외곽 또는 지방에 있죠."

그래서 이 대표는 건물 옥상이 모두 시장으로 보인다. "비어 있는 건물 옥상이나 산업단지의 공장 지붕들은 태양광 발전에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죠."

그리드 패리티가 관건

중요한 것은 태양광 발전의 수익성이다. 이때 따지는 것이 그리드 패리티다. 그리드 패리티란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 원가가 전력거래 시장의 전기 단가보다 낮아 이익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즉 원가 이상으로 팔 수 있는 시점이다. “태양광 발전은 그리드 패리티가 일어나야 번창해요. 현재 태양광 발전은 ㎾/h당 판매가격을 130원 받아야 수익이 나는데 지금은 100원 전후여서 수익이 나지 않아요. 다만 시장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긍정적이죠."

그리드 패리티에 대한 업계 전망은 제각각이다. "업체에 따라 그리드 패리티 시점을 3~5년 또는 10년 이후를 보죠."

전기료도 그리드 패리티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비싸지 않아요. 우리보다 일본은 2배, 유럽은 3배나 전기료가 비싸 신재생 에너지를 많이 써요."

그래서 정부는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2012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도입해 일종의 보조금을 준다. RPS란 50만㎾ 이상 발전 설비를 가진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발전, 중부발전, 수자원공사, 지역난방공사, SK E&S, GS파워 등 25개 발전기업들이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이때 발전기업들은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로부터 공급인증서를 구입해 의무 할당 비율을 채운다. 따라서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면 에너지공단에서 공급인증서를 발급받아 RPS제도를 통해 팔 수 있다. "정부에서 앞으로 10년 후 전체 발전량의 30%를 태양광으로 대체하기 위해 RPS를 도입했어요."

태양광 전력중개 사업도 대행

엔라이튼은 발전 사업자들에게 시설 관리나 전기 판매 성격의 전력중개를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또 발전 시설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매출을 올린다. "발전 설비 규모에 비례해 수수료를 받아요."

전력중개란 기존 전력 거래 시장에 참여할 수 없는 태양광 발전을 위해 새로 생긴 제도다. 기존 발전기업들은 한국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전력거래시장에서 전기를 판매한다. 그러면 한국전력이 전기를 사서 가정과 기업에 공급하고 전기료를 받는다.

이때 판매 가격의 근간이 되는 것이 연료비 연동제다. 정부에서는 발전에 필요한 원가인 연료비 등락에 따라 전기료를 올리고 내릴 수 있도록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그래야 한전이 연료비가 올라 비싸게 전기를 사도 전기료를 올려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연료비가 오른 만큼 전기료를 올려야 하는데 물가인상에 대한 부담 때문에 그렇지 못해 연료비연동제에 대한 말이 많다.

태양광 발전은 원가인 연료비 산정이 안 돼 연료비 연동제가 적용되는 기존 전력거래 시장에 참여할 수 없다. "햇빛의 가격을 산정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 원가 계산이 안 돼 전력거래 시장에 참여할 수 없죠. 신재생 에너지 시대에 걸맞지 않는 규정이죠."

결국 정부는 기존 전력거래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태양광 발전을 위해 RPS라는 출구를 만든 것이다. 그 바람에 정부는 골치가 아프다. 태양광 발전소들이 늘어나면서 전체 발전량 예측이 안 되기 때문이다.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전기가 공급되면 정전이 일어나요. 이를 막으려면 변전소를 더 짓거나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늘리지 말아야죠."

그래서 태양광 발전량 예측을 위한 전력중개 제도를 만들고 여기 참여하는 태양광 발전업체들에게 돈을 준다. 태양광 발전 사업자가 다음 날 발전량을 예측해 전력거래소에 알려주고 여기 근접한 발전량이 나오면 예측정산금이라는 보상을 받는다. 따라서 정확한 예측이 곧 수익으로 직결된다.

엔라이튼은 이를 대신해 예측치를 알려주고 보상을 받아 발전 사업자들에게 수익을 분배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전력중개 사업에 뛰어들었죠. 발전왕을 이용하는 1만2,000개 태양광 발전소의 전체 발전량이 2.3GW인데 이 중에 300㎿가량이 전력중개 사업에 참여해요. 다음 달이면 참여 발전소가 더 늘어 600㎿가 될 겁니다."

이영호 엔라이튼 대표는 태양광 발전이 확대될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여기 맞춰 에너지 플랫폼 앱 '발전왕'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영호 엔라이튼 대표는 태양광 발전이 확대될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여기 맞춰 에너지 플랫폼 앱 '발전왕'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왕태석 선임기자


드라마 '카이스트'가 바꾼 인생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나온 이 대표는 전공과 상관없이 대우증권에서 8년 이상 자원 개발 등을 다룬 대체투자 일을 했다. "드라마 영향이 컸죠. 어려서 '카이스트'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사업을 하고 싶었죠. 드라마 주인공들이 주로 전기공학, 로봇 등을 연구해서 전기공학부를 택했어요. 그런데 입학하고 나서 벤처 열기가 꺼졌죠. 그때부터 미래를 많이 고민했고 나중에 사업할 때 도움 되도록 돈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증권사에 입사했죠."

그는 증권사 퇴사 후 국내 에너지 시장이 변할 것으로 보고 바로 엔라이튼을 창업했다. "해외는 민간 기업이 자유롭게 전력 사업을 사고파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죠. 우리도 이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에너지 시장에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 창업했어요."

특히 태양광 발전은 에너지 플랫폼 사업에 적합하다. "태양광 발전은 개별 사업자들의 규모가 작다는 것이 문제죠. 하지만 이들을 모으면 작다는 단점을 해결할 수 있어요."

시장의 문제를 보고 해결책을 찾아 창업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를 스타트업의 특징으로 꼽았다. "요즘 스타트업들은 시장의 문제점을 먼저 살펴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을 해요. 이것이 전통 기업들과 차이죠."

그래서 140명 직원 가운데 에너지 분야 전공자들보다 정보기술(IT) 인력들이 더 많다. "IT 개발자들이 약 40명, IT기획자들이 30명입니다. 여기에 데이터 분석가들과 금융 전문가들도 다수 있죠."

태양광 빌려쓰는 에너지 구독 서비스 확대할 것

지금까지 투자는 누적으로 300억 원을 받았다. 올해 인력 확보와 신규 사업을 위해 추가 투자 유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AI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활용한 신규 사업을 구상 중입니다. ESS를 잘 활용하면 태양광 전기를 저장했다가 방전할 수 있는 추가 수단이 생기죠."

당장의 목표는 발전왕의 이용자를 늘리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은 340억 원이었어요. 올해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성장해야죠. 매출보다 발전왕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해요. 현재 발전왕 가입자들의 전체 태양광 발전량이 약 2.4GW입니다. 이를 5GW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죠."

더불어 에너지 관련 구독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단독 주택이나 아파트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월 이용료를 받고 빌려주는 사업입니다. 아직은 비중이 작지만 태양광 발전 시장이 커지면 늘릴 생각입니다."

그만큼 이 대표는 태양광 발전이 확대될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정부 정책이 원전 발전을 주력으로 해도 태양광 발전은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독일은 신재생 발전 비중이 40%인데 우리나라는 태양광 발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3, 4%를 차지해요. 그만큼 늘어날 여지가 많죠."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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