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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굶어 죽는 사람 더 많아"... '미담정치'로 주민 달래는 김정은

입력
2022.05.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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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매체, 일제히 당·군 '코로나 미담' 보도
김정은 '애민정신' 부각해 체제 결속 유도
장기 봉쇄로 불만↑...완화 기조 유지할 듯

북한군 병사들이 26일 코로나19로 격리 중인 평양 시민들에게 주의사항을 당부하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군 병사들이 26일 코로나19로 격리 중인 평양 시민들에게 주의사항을 당부하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당에서 보내준 ‘사랑의 불사약’이 내 집에 안겨든 날, 온 가정이 울고 또 울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시달리는 북한에서 ‘눈물 방역전’이 한창이다. 매체들이 최근 주민들에게 식량과 의약품, 방역물자 등을 제공하는 노동당과 군의 미담을 집중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 방역에 기댈 수 없는 만큼 애국심을 고취시켜 감염병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 오랜 봉쇄 조치로 누적된 주민 불만을 잠재우려는 목적이 더 커 보인다.

대외선전매체들은 30일 ‘코로나 미담’을 일제히 보도했다. 우리민족끼리는 평양시 만경대구역 광복1동에 사는 리송미씨의 입을 빌려,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사한 의약품을 받아들고는 "원수님은 정녕 온 나라 대가정의 친어버이”라고 치켜세웠다고 전했다. 통일의메아리도 평양 주민 강옥화씨가 겪은 일을 재구성했다. 담당 의사가 연로한 할아버지에게 약을 전해주고 간 지 몇 시간도 안 돼 인민군 군의관들이 찾아와 수액제를 줬다는 내용이다. 강씨는 건네받은 약을 불사약으로 부르며 “할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고 극진히 보살펴준 군의들의 따뜻한 정과 사랑은 5월의 따스한 봄빛 같다”고 했다. ‘감성 코드’를 활용해 당과 군의 헌신을 한껏 부각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일화들은 거꾸로 북한의 부실한 방역 시스템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진단이 많다. 최고지도자와 당 간부의 상비약에 의존할 정도로 기초 약품은 태부족이고, 군이 의료 지원을 직접 담당해야 할 만큼 인력 수급도 원활하지 않은 형편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북한은 앞서 12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공식화한 직후 평양을 중심으로 전역에 봉쇄 조치를 내렸는데, 장기 격리로 주민 고통은 계속 가중되고 있다. 이날 데일리NK는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고층 아파트에서 자가격리 중인 주민들이 물 부족을 호소하자 국방성이 군인들을 동원해 ‘물 공급 전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한 대북소식통은 “코로나보다 굶어 죽는 사람이 더 많다는 한탄이 나온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미담 통치’는 내부 불만을 가라앉히고 체제 위협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전날 정치국 협의회에서 봉쇄와 격리 등 통제 위주 방역 정책의 완화를 시사한 것도 물자 수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주민 불만만 고조되는 악순환을 타개하려는 방안으로 읽힌다. 이 때문에 신규 발열 환자가 폭증하지 않는 이상 방역 완화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선 전날 기준 신규 발열 환자가 10만710명이 나와 다시 10만 명대에 진입했으나 폭증세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봉쇄 조치로 식량과 약품을 구하지 못한 취약계층이 동요하고 있다”며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일부라도 방역 조치를 푸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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