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과의 전쟁’ 나선 탈레반, 최대 장애물은 ‘태양광’

입력
2022.05.30 16:32
저비용ㆍ고효율 태양광 양수기 양귀비 경작 늘려
태양광 2014년 전후 설치 확대 영향 커
일부선 태양광 양수기 압수… 양귀비 말라 죽게
대수층 지하수 급격히 줄어… 대체작물도 어려워

아프가니스탄의 한 양귀비 경작지에 태양광 양수기가 설치된 가운데 현지 농민들이 양귀비를 재배하고 있는 모습.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양귀비 재배 수익금으로 힘을 축적해 아프가니스탄을 탈환한 탈레반이 집권 후 ‘아편과의 전쟁’에서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그린 에너지인 ‘태양광’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아편을 추출하는 양귀비 재배 근절에 나섰지만, 농가의 태양광 양수기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달 3일 양귀비 재배를 전면 금지했으며, 위반자들은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저비용ㆍ고효율인 태양광으로 구동되는 양수기는 사막 대수층(지하수를 함유한 지층)을 깊이 파고들어 물을 끌어올림으로써 양귀비 경작지를 넓히는 데 일조하고 있다. 현지의 불법 경제와 농촌 생계를 연구해온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맨스필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지에서 약 6만7,000개의 태양광 양수기가 양귀비 재배에 활용되고 있다.

실제 아프간 남부에 집중된 ‘아편 벨트’의 농가들은 2014년 전후로 태양광 양수기 설치를 확대했다. 양귀비 경작지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대폭 늘었다. 유엔 마약범죄 사무국에 따르면 아프간의 아편 재배 경작지는 2009년 12만3,000ha에서 2020년 22만4,000ha로 2배 가까이 커졌다.

디젤 양수기를 대체한 이들 태양광 양수기는 아프간의 사막을 초원으로 바꾸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아편 농장이 늘어나면서 ‘아편 벨트’로 불리는 칸다하르, 헬만드, 님루즈주 등지의 이전까지 거주자가 거의 없던 사막지역까지 인구가 몰려들어, 최근 수년간 140만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이 아편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헬만드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광 양수기를 압수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물을 대지 못하도록 해 양귀비가 들판에서 고사하게 하기 위해서다. 탈레반은 양귀비 대신 대체작물로 전환, 재앙 수준인 아프간의 기아, 빈곤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또 아편 세계 최대 생산국의 오명을 벗어 서방의 제재와 아프간 정부 해외 자금 동결을 해제해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포석도 깔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역 곳곳에 퍼질 대로 퍼져 주민들의 대표 돈벌이로 뿌리 내린 양귀비 재배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태양광 양수기가 지하수를 대거 끌어오는 바람에 양귀비 재배 지역을 확대했지만 지하수 고갈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디젤 양수기를 사용했을 때 현지 지하수 수위는 1년에 약 3m씩 내려갔지만, 태양광 양수기를 사용한 이후에는 매년 약 9m씩 떨어지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대체작물 경작에 필요한 물 공급이 이미 부족해진 상황이란 의미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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