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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도 성공하려면 인공지능·증강현실 배워야죠"

입력
2022.05.31 0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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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문 연 청년 외식업 창업학교
외식 창업 꿈꾸는 청년 20명 교육 지원
"골목상권 활성화할 창업가 배출할 것"

24일 서울 성동구의 골목창업학교에서 청년 예비창업가들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우태경 기자

24일 서울 성동구의 골목창업학교에서 청년 예비창업가들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우태경 기자

"증강현실(AR·실제 사물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것) 아시죠? 요즘 외식업에서 AR가 뜨는 기술인 거 아시나요?"

24일 찾은 서울 성동구의 골목창업학교. 외식업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모인 학교란 설명을 듣고 갔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조리법(레시피)이나 위생 관리 얘기가 아니라 인공지능(AI), 증강현실과 같은 기술 소개가 이어졌다.

"AR를 실내 내비게이션에 연결하면 매장으로 고객을 유인할 수 있어요." "AI를 활용해 요리 레시피를 개발할 수도 있답니다." 각종 신기술을 외식업에 접목하는 푸드테크(foodtech)가 수업을 통해 소개되자, '제2의 백종원'을 꿈꾸는 청년 예비창업가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강의 내용을 노트에 필기했다.

서울시는 이달 2일부터 골목창업학교를 열어 외식업 창업을 꿈꾸는 20·30대 청년들에게 창업 비결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골목창업학교는 이론 교육부터 실습 교육, 멘토링, 컨설팅까지, 창업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 주면서 골목상권을 부활시킬 역량을 갖춘 청년 창업가를 육성한다. 이 학교를 수료한 교육생들에게는 최대 7,000만 원의 저금리 융자도 지원된다. 개소 첫 해인 올해는 외식과 커피·디저트업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 20명을 모집해 4개월간 주 4회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골목창업학교에는 실무 교육을 위한 조리실과 바리스타실, 베이커리실, 촬영 스튜디오 등이 갖춰져 있다. 우태경 기자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골목창업학교에는 실무 교육을 위한 조리실과 바리스타실, 베이커리실, 촬영 스튜디오 등이 갖춰져 있다. 우태경 기자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3주. 실제 교육 과정이 예비 창업가의 수요 조사를 통해 맞춤형으로 설계된 탓에 현장에선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푸드테크, 상권분석, 위생관리, 상표권 등 법률 교육과 소비자 품평 기회 제공까지. 기존 어느 기관에서도 제공하지 않던 현장감 있는 내용이 강의로 소개됐다.

베이커리 창업을 준비 중인 교육생 김주은(27)씨는 "대학에서 조리를 전공해 실무는 자신 있었지만, 경영이나 마케팅에서 한계를 느끼던 중 이 학교를 발견했다"며 "이곳에서 유동인구, 주거인구, 객단가 등을 계산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태국음식점 창업을 준비하는 김현정(39)씨도 "창업 컨설팅이 한 건당 150만~200만 원인데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돈을 버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며 "골목창업학교는 공공에서 하니까 안전하고 질적으로도 좋아 120% 만족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직접 청년 예비창업가들을 교육하겠다고 나선 것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외식업 폐업률이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외식업 폐업률은 21.5%로, 52개 업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창업에 실패한 이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된 창업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을 받고 싶어도 검증된 기관이 없고, 민간에선 수업료가 비쌀뿐더러 일회성 컨설팅에 그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반해 골목창업학교는 무료로 공공에서 설계한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고, 교육 이후에도 계속해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이번 교육을 통해 유능한 청년 외식창업가를 육성하면, 골목 상권까지 활성화하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골목창업학교 운영을 맡고 있는 김지욱 서울신용보증재단 자영업지원센터 차장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힘이 가장 큰 것이 바로 맛집"이라며 "코로나를 거치며 대형 상권에서 골목 상권으로 상권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골목 상권의 영향력을 키울 청년창업가를 제대로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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