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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방역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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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출범 100일 이내에 과학방역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정부의 코로나 방역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정치적인 방역이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새 정부의 과학방역이라는 구호는 적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첫째, 과학적 근거만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바로 알 수 있다는 오해이다. 과학은 답을 주지 않는다. 과학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줄 뿐이다. 학교 문을 닫으면 하루 평균 코로나 확진자 수를 30% 줄일 수 있고,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을 9시까지로 제한하면 확진자 수를 10% 줄일 수 있다는 선택지를 줄 뿐이다. 무엇을 선택할지,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정치의 몫이다. 과학방역이라는 말로 책임 있는 정치적 결정의 역할을 실종시켜서는 안 된다.
둘째, 모든 문제에 답을 주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오해이다. 2020년 하반기 대부분의 선진국은 코로나19 백신 도입계약을 맺었지만 우리 정부는 백신이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나오길 기다리느라 백신 도입이 늦어졌다. 앞으로 오미크론에 감염되어 생긴 자연면역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이 같은 자연면역을 무력화시킬 새로운 변이가 언제 나타날지 알기 어렵다. 코로나19 방역의 중요한 결정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거나 부족한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셋째, 전문가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 과학적인 방역을 할 수 있다는 오해이다. 새 정부는 과학방역을 내세우며 '독립적인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과학적인 근거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전문가를 모아 놓아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은 불가능하다. 지난 정부에도 생활방역위원회, 일상회복위원회,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 위원회가 있었지만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방역을 했다고 하긴 어렵다.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의 삶을 좌우할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을 고무줄처럼 줄였다 늘였다는 반복하면서도 정부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이 가지고 있는 역학조사 자료를 분석하면 만들어낼 수 있는 근거였다. 작년 10월 코로나19 백신접종 효과가 떨어지면서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집단감염이 빠르게 늘고 있었지만 정부는 추가접종을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처럼 집단감염이 잘 발생할 수 있는 곳에서는 언제 추가접종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연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코로나 방역은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책임 있는 정치적 결정이어야 한다. 연구를 통해 과학적인 근거를 만들고, 누가 무슨 결정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때를 놓치지 않고 정치적 결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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