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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 먹자"던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 거절한 네 가지 이유

입력
2022.05.29 18:50
수정
2022.05.29 21: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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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 대통령-야당 대표 만나서 정치하나"
"'영수회담' 표현, 제안 방식 부적절" 의견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 광장에서 반려견들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SNS를 통해 29일 공개됐다. 페이스북 건희사랑 캡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 광장에서 반려견들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SNS를 통해 29일 공개됐다. 페이스북 건희사랑 캡처

▷이달 초, 대통령실: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마치고 여야 3당 대표와 돼지갈비, 김치찌개, 소주를 곁들인 회동을 하자."

▷더불어민주당: "거절한다."

▶28일, 민주당: "윤 대통령과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대 1 영수회담을 열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논의하자."

▶대통령실: "거절한다."

약 한 달 사이에 국회와의 소통을 대하는 대통령실의 태도가 바뀐 걸까. 바뀌었다면 왜일까. 대통령실의 설명은 이렇다.

28일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코로나19 영업 손실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놓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신경전이 한창일 때였다. 양당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손실보상의 소급적용 문제를 놓고 맞붙어 있었다. 대통령실은 "국회가 추경안부터 서둘러 처리해달라"는 답신을 민주당에 보내 ①추경안 내용을 놓고 협상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한 차례 미뤄지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숨이 넘어간다"며 조속한 협의를 당부한 바 있다.

손실보상 소급적용이 민주당과의 회담 의제가 될 수 없다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이기도 했다.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사안에 ②윤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으로 사사건건 윤 대통령과 민주당이 직접 정치를 할 수 없지 않으냐"라고 반문했다.

대통령실은 ③'영수회담'이란 표현에도 거부감을 보였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28일 서면 브리핑에서 "영수회담이란 표현은 대통령이 사실상 여당 총재를 겸하던 지난 시대의 용어이며, 윤 대통령은 본인이 영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어사전은 '영수(領袖)'를 '우두머리'로 정의한다. 윤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가 1대 1로 만나는 모습 자체가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게 되는 상황을 염려했을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김치찌개 회동'에 국민의힘과 정의당 지도부도 초청했다.

민주당의 ④회담 제안 방식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다. 윤호중 위원장은 공식 제안 없이 6·1 지방선거 지원유세 도중 "내일 오전이라도 영수회담을 하자"고 했다. 민주당은 이후 대통령실에 연락하면서 정무수석을 통하지 않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는데 그것이 격식에 맞지 않다는 시각도 대통령실엔 있다.

회동을 깜짝 제안했다 곧바로 무산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민주당이 결과적으로 감정의 벽을 쌓은 것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만남은 6·1 지방선거 이후로 한참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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