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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풍요의 역습’, 콜레스테롤 증가 너무 빠르다

입력
2022.05.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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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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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육류 소비량은 1980년 연간 11.3㎏에서 2018년 53.9㎏으로 4.8배 늘었다. 같은 기간 우유는 10.8㎏에서 80.1㎏으로 7.4배, 달걀은 119개에서 268개로 2.3배 늘었다.

그 덕분에 청소년 체격도 커지고, 삶도 풍요로워졌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이다. 그늘의 하나가 콜레스테롤 수치 급증이다.

진료를 위해 혈액검사를 해보면 총콜레스테롤 300㎎/dL를 넘는 사례가 놀랄 만큼 많다. 이상지질혈증 진단 기준은 총콜레스테롤 220㎎/dL 이상인데, 일부에서는 240㎎/dL로 약간 높게 잡기도 한다.

임신성 고혈압으로 진단받으러 온 30대 A씨의 총콜레스테롤은 300㎎/dL. A씨는 “임신하면 잘 먹어야 한다고 해서 고기를 많이 먹었다”라고 말했다. 폐경 증상을 겪고 있는 B(49)씨의 총콜레스테롤은 320㎎/dL.

B씨는 전형적 ‘빈둥지증후군’ 환자다. 딸은 대학에 진학하면서 오피스텔을 얻어 독립했고, 회사 임원인 남편은 주중에는 퇴근이 늦고 주말에도 골프나 등산으로 집을 비우기 일쑤다.

B씨는 ‘먹는 게 낙’이라고 말할 정도로 많이 먹는데 이는 혈액과 소변검사로도 확인된다. 그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15g으로 한국인 평균(11.5g)을 30% 초과하고 있다.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100g으로 30~49세 여성의 단백질 하루 권장 섭취량(50g)의 두 배다. 스트레스를 육류와 ‘단짠 음식’으로 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이상지질혈증 증가 곡선이 특히 가파르다. 이상지질혈증은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는 점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지질혈증은 심혈관ㆍ뇌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여러 선진국에서 확인돼 있다.

국내 19세 이상 이상지질혈증 환자 비율은 21.9%(2019년)다. 고령층 38.9%, 장년층 26.7%로 나이가 많을수록 증가하지만, 청년층도 6.9%에 이른다.

특히 여성의 이상지질혈증 환자 비율은 장년층에서는 남성보다 4.4%, 고령층은 18.7%포인트나 높다.

이상지질혈증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인은 나이, 비만, 육류ㆍ달걀, 가공식품 섭취 등이다. 육류나 가공식품에 든 포화지방 섭취가 이상지질혈증의 주원인이다.

따라서 콜레스테롤 문제 1차 해법은 비만 예방과 육류, 가공식품 섭취 줄이기에 달렸다.

하나 더 있다. 국수ㆍ빵ㆍ떡 같은 탄수화물의 과다 섭취는 중성지방 수치를 높인다.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콜레스테롤처럼 심ㆍ뇌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

미국은 ‘월요일은 고기 안 먹는 날(Meat free Monday)’부터 콜레스테롤 치료제 복용률 높이기, 비만 줄이기 등 다양한 노력 끝에 미국민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췄고, 콜레스테롤에서 자유로워졌다고 선언했다. 영국에서는 치아우식증 예방을 위해 수돗물에 불소를 섞듯이 수돗물에 콜레스테롤 치료제(스타틴)를 넣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온 적도 있다.

우리의 콜레스테롤 문제는 아직 선진국들만큼 심각하지 않지만 빨간불이 켜졌다. 높은 콜레스테롤로 인한 심ㆍ뇌혈관 질환 급증 현상이 나타나면 늦다. 우리는 지금 콜레스테롤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지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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