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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보랏빛으로 물든 백악관…K팝, 세계 혁명의 무기 되다

입력
2022.05.27 17:32
수정
2022.05.27 17:3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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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만남의 의미
①K팝과 팬덤의 사회적 파급력
②백인 주류 문화에 대한 반문화의 '무기'
③청년 세대·이민자 포섭 위한 '바이든 정부' 전략

보랏빛으로 물든 백악관. 팬들이 방탄소년단 백악관 초청을 기념해 만들었다. 보라색은 방탄소년단 팬덤의 상징색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보랏빛으로 물든 백악관. 팬들이 방탄소년단 백악관 초청을 기념해 만들었다. 보라색은 방탄소년단 팬덤의 상징색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아시아계 혐오 반대 논의를 위한 그룹 방탄소년단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만남은 세계 문화 다양성의 역사적 이정표로 여겨진다. 반전과 화합의 메시지는 비틀스나 U2 등 늘 서구 패권국의 아티스트들이 목소리를 내왔다면, K팝 그룹과 현 미국 대통령의 조우는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영미권에서 비주류로 취급됐던 K팝의 세계적 위상 변화는 물론 음악 그리고 그 팬덤의 사회적 파급력을 증명하는 격변의 증거다. 백인 주류 문화에 대한 반문화, 즉 다양성과 소수자의 상징인 K팝이 세계 혁명의 '무기'가 됐다는 평가다. 바이든 정부의 방탄소년단 초청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현지 청년 세대와 이민자 포섭을 위한 밑거름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4월 미국 네바다주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어워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미국)=AP 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이 4월 미국 네바다주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어워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미국)=AP 연합뉴스


'하이브아메리카'로 연락... 백악관 초청 어떻게 이뤄졌나

방탄소년단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반(反)아시안 증오범죄' 등을 논의한다. 미국 대통령이 대중예술인, 그것도 K팝 아티스트를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간 방탄소년단이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방탄소년단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은 미국사회에 충격을 준 인종차별 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백악관은 이달 방탄소년단이 속한 하이브의 미국 현지 법인인 하이브아메리카를 통해 만남을 요청했다. 양측은 '아시아·태평양계 주민 유산의 달'의 마지막 날인 5월 31일로 일정을 맞췄다.

백악관이 K팝 그룹 방탄소년단 초청을 알리는 공지.

백악관이 K팝 그룹 방탄소년단 초청을 알리는 공지.


아시아계 증오 범죄 300% 증가... "인종차별 저항의 상징 BTS"

백악관의 방탄소년단 초청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에서 아시안 혐오 범죄가 급증한 가운데 이뤄졌다. 11일 텍사스주 댈러스 코리아타운 상가 미용실에선 흑인 남성의 무차별 총격으로 한인 여성 3명이 다쳤고, 지난해 3월 애틀랜타에선 백인 남성의 총격으로 아시아계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시안 혐오가 직접적인 증오 범죄의 동기로 작용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증오와 극단주의 연구센터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는 1만 건 이상 발생했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300% 이상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방탄소년단은 인종차별 반대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 왔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란 뜻의 'BLM(Black Lives Matter)' 캠페인 본부에 2020년 100만 달러(12억 원)를 기부했고, 아시아계 혐오 중단을 요구하는 'Stop Asian Hate' 캠페인에 지지 메시지도 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길을 걷다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듣고, 외모를 비하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아시안이 왜 영어를 하느냐는 말도 들어봤다"며 "그때 겪은 일들은 저희를 위축시켰고 자존감을 앗아가기도 했다. 하물며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증오와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건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라고 아시안 혐오 반대에 목소리를 냈다. 'BTS 예술혁명'의 저자인 이지영 한국외대 세미오시스 연구센터 연구교수는 "방탄소년단은 그간 수없이 많은 인종차별적 편견에 시달려 온 존재"라며 "이런 차별들에 대한 저항이 '아미' 즉 방탄소년단 팬덤의 정체성이고, 그걸 눈여겨본 백악관이 방탄소년단을 인종갈등 봉합의 고리로 보고 이번 자리를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K팝과 그 팬덤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다양성과 인권 보호를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이미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출국 앞둔 RM "살다 보니 별일 다 생겨"

실제 방탄소년단이 BLM 측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자, 아미는 하루 만에 같은 금액을 모아 기부를 이었고, "우리는 흑인 아미를 사랑한다"는 성명까지 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바이든 정부의 방탄소년단 초청은 "SNS의 가장 강력한 군대(아미)"(미국 CNN)를 동원해 지지 기반을 넓히려는 정치적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헌식 카이스트 미래세대행복위원회 위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방탄소년단을 초청해 다양성을 화두로 던져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라며 "그와 별개로 방탄소년단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목소리로 초청돼 인권 문제를 말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미국 출국을 앞둔 방탄소년단 리더인 RM은 팬 커뮤니티인 위버스에 이날 글을 올려 "살다 보니 별일 다 생긴다"며 "아미 덕분에 다녀오는 거니 여러분의 것이기도 하다"고 백악관 초청 소감을 전했다. SNS엔 백악관을 보라색으로 물들인 사진과 '더 보라하우스(THE BoraHouse)'란 문구의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보라색은 방탄소년단 팬덤의 상징색이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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