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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사태' 충격 속 암호화폐 시장 곳곳서 "우린 달라요" 진땀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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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와 암호화폐 루나(LUNA)의 '100%' 추락 이후 암호화폐 시장이 동반 약세를 보이자, 암호화폐 공동체 내에선 일제히 "우린 테라와 다르다"라는 구호를 내걸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암호화폐'이지만, '스테이블코인(가치가 안정된 암호화폐)'과 일반적 암호화폐가 다르듯 암호화폐 시장에도 각기 다른 자산의 특색이 드러난다. 다만 이런 주장들은 시장의 충격을 만회하고, 암호화폐 시장에 머물고 있는 한정된 자금 가운데 '테라'와 '루나'에서 빠져나온 자금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히기도 한다.
담보 없이 '1달러는 1UST' 정책을 표방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으로 분류되는 UST가 추락한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선 "스테이블코인이 정말 스테이블(안정적)하냐"는 우려가 번졌다. 이에 대해 암호화폐 트론(TRON)의 창시자인 저스틴 선(쑨위첸)은 "여전히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선 자신이 최근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USDD를 발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선은 "루나가 실패했다고 해서 알고리즘을 비난해선 안 된다"면서 "루나의 문제는 단기간에 너무 큰 시가총액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법정화폐의 담보가 없이 가치를 유지하는 완전한 '탈중앙화' 코인을 표방한다. 루나 급락 후 나온 국제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이 완전히 가능성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 대신 결제 수단으로 채택돼 비투기성 수요를 유치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다.
하지만 테라가 표방한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이나 완전 탈중앙화에 대한 꿈은 애초에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주로 테더(USDT)나 USD코인(USDC)처럼 기존 금융자산에 기반을 둔 스테이블코인의 지지자들이 이런 입장이다.
USDT의 발행사 테더는 17일 "우린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과 다르다"는 입장을 냈다. 사실상 테라와의 선긋기다. UST처럼 '1달러=1USDT'를 추구하는 테더는 UST 붕괴 후 같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엮여 시장의 공격을 받았지만 달러화로의 환매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파올로 아도이노 테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중앙화된 방식의 스테이블코인과 알고리즘 방식의 스테이블코인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3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스테이블코인에 충분한 자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20%의 수익률을 약속한다면 그것은 피라미드형 사기"라면서 테라를 비난했다. 하지만 곧이어 "모든 디지털 화폐를 똑같이 취급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테라와 루나의 붕괴는 비트코인 지지자들에겐 예정된 결과나 마찬가지였다.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비트코인 최대주의자(맥시멀리스트)'로 부르는 이들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화폐들은 장기적으로 가치를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비트코인 지지자로 유명한 분석가 린 알든은 "다른 크립토(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을 암호화폐로 부르지만 비트코인 측은 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알트코인(대안 코인이라는 뜻으로 비트코인이 아닌 모든 코인을 통칭하는 표현)의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의 가치가 가장 높은 이유를 최초의 코인이라는 점에서 오는 '선점 효과'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은 발행 주체가 없이 프로그램으로만 발행되고, 최종 발행량이 2,100만 개로 한정돼 있다"는 점을 들어 비트코인만이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는 테라와 루나의 폭락 속에 비트코인 역시 동반 하락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입구' 역할이자 분위기를 반영하는 '풍향계'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알든은 테라의 급락과 동반할 비트코인의 하락을 모두 예상했는데, 이는 루나의 배후 역할을 한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FG)'가 준비금 명목으로 비트코인을 대량 매입했기 때문이다. LFG는 테라 가치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매입한 비트코인을 대부분 매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상의 예술품과 수집품 등을 거래하는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도 암호화폐의 하락 속에 찬바람이 불었다. NFT 시장 모니터링 기업 '크립토슬램'에 따르면 5월 15일부터 일주일간 거래 금액이 3,100만 달러(약 390억 원)로 연간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빗'의 분석에 따르면, NFT 시장은 '루나 사태' 이후 발생한 암호화폐 시장에 비하면 안정적인 편이었다. 이 보고서는 NFT가 지난해 급성장한 후 시장 외부의 수요를 불러왔기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과는 상관 관계가 옅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NFT는 온라인 공간에 존재하는 예술품이나 수집품의 '내재가치'를 기반으로 가치가 매겨진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암호화폐와 상관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
게임 내 아이템을 거래하기 위한 '게임 코인' 역시 NFT처럼 기존 암호화폐와는 별도의 상품임을 주장한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24일 "테라는 사용처가 없는데, 위믹스는 게임이라는 확실한 사용처가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NFT 시장은 테라와 루나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부터 약세였다. (근거 자료)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의 '첫 트윗' NFT가 290만 달러(35억 원)에서 1만 4,000달러(1,700만 원)로 추락한 사건은 상징적이었다.
암호화폐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회의론도 늘 존재했지만 최근엔 한층 힘이 실렸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흐름 속에 여전히 금융시장 전반에서 '위험 선호' 형 자산으로 분류되는 암호화폐 시장의 힘이 빠지는 가운데 테라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2일 네덜란드의 한 토크쇼에 출연해 암호화폐를 두고 "아무리 좋게 말하려고 해도 전혀 가치가 없다"면서 "안전을 보장할 만한 닻 역할을 할 기초자산이 아무것도 없다. 여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을 위한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스콧 마이너드는 과거 비트코인 옹호론자였으나 지난해부터 비관론으로 돌아섰다. 23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회장에서 진행된 CNBC와 인터뷰에서는 "비트코인이 8,000달러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제외하면 현존하는 가상화폐 대부분은 쓰레기"라고도 말했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MBA 주임교수는 20일 CBS 라디오 '한판 승부'에 출연해 "가상화폐의 경제적 가치는 없고 남의 돈을 갈취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정도 변동성이라면 차라리 복권을 사라. 그게 확률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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