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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유유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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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최근 대선 패배 이후 기운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뉴스도 보기 싫다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서다. 그의 말은 민주당과 지지자들의 어지러운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 진보 모두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뉴스조차 허위, 조작이라며 보지 않고 믿지 않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 문제는 강해진 확증편향 속 두 개의 대한민국이 서로 인내해낼 수 있을까에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교수는 정 전 장관 발언을 인용하며 “내 주위와 페이스북 친구들은 이제 나라가 제대로 바로 서고 있다며 잠을 편히 주무신다며 신난 분들이 많다”고 상반된 글을 페이스북에 적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해온 그는 “(이쪽이) 기쁨에 젖어 있는 만큼의 절망감을 저쪽 사람들은 갖고 있다”며 강해진 정치적 유유상종을 거론했다. 이런 두 진영의 공통점은 협력, 공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인데 그로 인한 파열음은 클 수밖에 없다.
□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 인사는 보수도 인정하는 아쉬움이 존재한다. 실력을 내세운 윤 정부 1기 장·차관 109명 가운데 여성 9명, 호남 출신 11명, 2030세대는 제로(0) 등 배려의 인사는 찾아볼 수 없다. 정호영 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후 부랴부랴 여성 장·차관 3명을 보완 내정했어도 ‘서울생·서울대·관료’ 출신이란 인사 편중이 바뀌진 않았다. 이 교수조차 “새 정부 실력은 파열음을 사전에 관리할 수 있느냐로 판가름 난다”고 했는데 틀리지 않은 고언이다.
□ 인재 선발과 관직 배분의 편향은 시대, 정권마다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지곤 했다. 조선 말의 학자 최성환은 고문비략(顧問備略)에서 “8도 안에서 애초 등용이 안 되는 서북 3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5도에서도 대관으로 등용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혹 있다 해도 그 지역에 흘러가 사는 경화사족(京華士族)일 뿐이고 오직 서울 5부에서 선비를 구하니 천리 땅 가운데 300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이렇게 권력을 독점한 한성 세도가들인 경화사족과 지방 유림이 끝내 다른 길을 걸은 것은 아픈 근대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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