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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1번 후보가 누구시더라" vs 김병관 "철새 정치인은 사라져야"

입력
2022.05.27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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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동행 르포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안철수(왼쪽) 국민의힘 후보와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5일 시민들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안철수(왼쪽) 국민의힘 후보와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5일 시민들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우와 대박이다. 연예인 보는 것 같아!" 점심시간이 한창인 25일 낮 12시 30분.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등장하자 판교 테크노밸리 주변 음식점 앞은 일순 팬미팅장으로 변했다. 안 후보의 명함은 다름 아닌 붉은색 국민의힘 선거점퍼와 얼굴. 시민들이 먼저 알아보고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안 후보는 익숙한 듯 ‘브이(V)’,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며 웃어 보였다. 식사 후 사무실 복귀를 서두르던 직장인들도 인파에 둘러싸인 안 후보를 배경으로 ‘인증 셀카’를 찍었다. 지방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시·도의원 후보들이 안 후보 일정마다 동행하는 이유를 알 만했다.

안 후보의 '전국구 인지도'에 맞선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전략은 '찾아가는 유세'다. 김 후보는 이날 서현역→판교동 경로당→운중동 아파트단지→야탑역을 단출한 인원으로 훑으며 명함 3,000여 장을 돌렸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가 반복되는 와중에 이따금 '20대 국회의원 김병관'을 기억하는 지역주민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아파트 장터에서 만난 한 주민이 "당시 일을 열심히 해서 좋아했다"고 격려하자, 김 후보는 "이번에도 한번 만들어 주십시오"라며 연신 허리를 숙였다. 그 역시 선거구 내 판교에 있는 게임업체 웹젠 대표이사 출신으로,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전문가다.

'수도권 선대위원장' 자처한 安, 이재명 정조준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선거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선거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안 후보는 성남 분당갑을 넘어 수도권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선거운동 중간 진행된 현장 인터뷰에서 그는 새 정부 출범 후 첫 전국선거에서 '승리의 견인차'가 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날도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지역구 주민을 만난 뒤 경기 화성과 오산으로 넘어가 국민의힘 시장후보 유세차에 올랐다.

견제 화살은 지역구 경쟁자가 아닌 대권 경쟁자에게 겨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려 인천 계양을에 출마했다"면서 "성남 분당갑에서 1번 후보가 누구죠"라며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여당 프리미엄'을 안고 선거를 뛰는 소감이 어떤가.

"든든함보다 책임감을 느낀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시절 새 정부 시대정신과 국정과제를 정리했다. 지방선거 압승만이 여소야대를 극복하고 개혁 동력을 얻는 방법이라 판단해 선수로 나섰다. 지금도 ‘수도권 선대위원장’과 같은 마음으로 다니고 있다. 지원을 요청하는 지역엔 다 가겠다."

-민주당에선 ‘철새 정치인’이라고 한다.

"저는 (안랩 창설자로서) 지금의 판교를 만든 사람 중 한 명으로 연고가 확실하다. 철새라는 말은 가당치 않다.”

-대선주자급 인사가 너무 쉬운 승부를 택한 것 아닌가.

"분당갑은 20대 총선 때 민주당이 당선된 곳이고, 직전 김은혜 의원도 1,000여 표 차로 겨우 이겼다. (성남시장 출신)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 양자대결을 기대했는데 도망쳐서 참 아쉽다."

-경기지사 여권후보 단일화를 주장했다.

"단일화 경험자로 의견을 말했을 뿐이고, 최종 결심은 김은혜 후보가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여권 단일후보가 되면 지지층이 한쪽으로 결집할 수 있으니 박빙인 지금보다는 더 유리한 구도가 되지 않겠느냐는 뜻이었다."

-당선되면 가장 먼저 추진하고 싶은 과제는?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주민들과 약속을 지키겠다. 정치개혁 차원에선 국회 윤리특위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내고 싶다. 인수위를 통해 새 정부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쌓았고, 야당 공동대표도 지내봐서 의원들을 잘 안다."

-차기 당권 도전도 열려있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세상을 바꾸는 실용주의적 접근방식을 가진 정당만이 국민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도 이 두 가지 점에선 굉장히 모자라다. 당이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安과 대결구도 노리는 김병관... "대장동, 오히려 기회"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경기 성남시 서현 AK플라자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경기 성남시 서현 AK플라자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김 후보는 ‘안철수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로선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거물급 상대와의 대결구도를 내심 반기는 기류도 있다. 그는 안 후보를 "철새 정치꾼" "구태 기득권" 등으로 규정짓고 선명하게 각을 세웠다.

대선에서 불거진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대장동 의혹에 대해선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제겐 오히려 기회"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현장 인터뷰 일문일답.

-여론조사상 격차가 벌어지는데 현장 민심은 어떤가.

“박빙으로 본다. 17년 분당주민인 제가 재선됐으면 좋겠다고들 하신다. 안 후보는 연예인 같아서 처음엔 기대하지만 만나보면 지역사정도 잘 몰라 신뢰를 주지 못한다. 이번 선거는 이런 행태를 청산하는 정치개혁의 출발점이다."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지역 공약도 더 잘 실현하지 않겠나.

"그렇지 않다. 안 후보는 앞서 두 차례 국회의원 활동에서도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이번에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분당에 출마한 것 아닌가. 지역을 잘 모르는 만큼 주민 한 분이라도 더 만나는 게 도리인데, 여론조사가 좀 잘 나온다고 인천도 가고 화성도 가는 건 후보로서 자격이 없다."

-계양을에 나선 이재명 후보도 ‘철새 정치인’ 아닌가.

"지역구 한 번 옮긴 것을 비판한 게 아니다. 안 후보는 지난 10년간 창당, 탈당, 합당을 거치는 행태를 반복했다. 반면 이 후보는 성남시장, 경기지사로 있다가 이번에 중앙정치로 무대를 옮기면서 인천을 지역구로 선택했다."

-민주당 후보로서 ‘대장동 의혹’이 부담스러울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 도둑이 누구인지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히면 될 일이고, 주민들의 진짜 관심사는 학교나 교통 등 생활에 밀접한 문제들이다. 바로 옆 동네에 살면서 대장동에 자주 다녔던 제가 잘 해결할 수 있다."

-최근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국민 호소문을 어떻게 봤나.

"박 위원장은 그런 이야기를 하라고 세운 분이다. 새겨들어야 될 부분이 많다. 핵심 지지층 없이 정치를 할 수는 없지만 팬덤에만 매몰되면 국민들로부터 괴리된다. 86 정치 세력이 가진 기득권도 분명히 있다. 당선되면 당 개혁에도 앞장서고 싶다."

성남=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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