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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왕'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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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손흥민 선수가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득점왕'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많은 사람들이 기뻐했다. '왕(王)'은 원래 '임금'을 뜻하는 말인데 축구에서 골을 가장 많이 넣은 선수를 '왕'이라 부르는 걸 보면 말이 사회 변화와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한자어 '왕'의 쓰임은 꽤 흥미롭다. '왕'은 자립적으로 쓰이는 명사이며 다른 말에 붙여 쓰는 접사로도 사용된다. '왕'은 '보다 큰 종류'의 뜻을 더해 주는 접두사로 '왕개미, 왕밤' 등 동식물과 관련된 단어와 어울린다. '발명왕, 저축왕, 산중왕'에서처럼 '일정한 분야나 범위 안에서 으뜸이 되는 사람이나 동물을 뜻할 때'는 접미사로 활약한다. 우리말에서 한자어로 된 접사는 '표준국어대사전'에 330여 개가 등재되어 있는데 '왕'의 경우처럼 명사뿐만 아니라 접두사, 접미사로 모두 쓰이는 한자어는 흔하지 않다.
명사 '왕'이 언제부터 접두사, 접미사로 쓰였을까? 지난 100여 년간 편찬된 사전에서 ‘왕’의 변신을 가늠할 수 있다. '한불자전(1880년)'에 '왕고모', '왕방울'의 단어가 보여 접두사로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5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의 국어사전에서 표제어 '왕'은 명사와 접두사로만 처리했다. 광복 전에 가장 많은 단어를 수록한 문세영의 '수정증보 조선어사전(1940년)'에서도 '접미사'로 쓰인 단어는 확인할 수 없다. '왕'이 국어사전에 접미사로서 생산적인 쓰임을 인정받아 실리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에서의 일이다. 최근에는 '왕 좋아, 왕 맛있어'처럼 '왕'이 관형적으로 쓰이는데, 앞으로 새로운 '왕'의 탄생도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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