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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인 적은 건 청년 품을 정당 시스템이 없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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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사전투표가 시작된 6·1 전국동시지방선거 출마자 중 기초의회의 40세 미만 청년 후보는 모두 535명이다. 지역 정치의 뿌리라는 기초의원 전체 출마자 5,105명의 10%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 지방선거(6.6%)에 비하면 늘어난 수치다. 전체 출마자 숫자는 상당히 줄었는데 선거법 개정으로 출마 연령이 25세에서 18세 이상으로 낮아져 도전장을 내민 청년 후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청년 정치인 비율은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다. 40세 미만 유권자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이 연령대 지방의원은 6%에 불과하고, 국회의원은 5%에 미치지 못한다. 국제의원연맹 조사에서 121개국 가운데 118위다. 주로 비례대표로 의원을 뽑는 북유럽 국가의 청년 의원이 30% 안팎이고 프랑스, 영국 등이 20%를 넘는 것과 대비된다.
청년들이 더 활발하게 정치에 진출하는 것은 공정한 대표성 확보만이 아니라 낡은 정치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청년 정치인 발굴과 그들과 유권자의 활발한 소통이라는 사회적 과제 해결을 목표로 지난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뉴웨이즈(New Ways)의 박혜민(29) 대표를 19일 서울 영등포구 서남권NPO지원센터에서 만나 청년 정치의 과제에 대해 들었다.
-대선을 제외한 공직선거 출마자 연령이 18세 이상으로 낮아졌다. 청년들의 출마에 변화가 느껴지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체 후보자 중 40세 미만이 7% 정도였다. 이번에는 9.5%로 소폭이지만 늘었다. 언젠가 도전하겠다던 분들 중 이번에 바로 출마를 결심한 경우도 다수 있다. 특히 군소 정당은 광역 비례의원에 18~24세 후보를 다수 전진 배치하는 경향도 보인다. 연령의 다양성이 늘어났다.”
-뉴웨이즈가 지원한 후보는 몇 명이고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나.
“전체 후보자는 800명 정도인데 이 중 138명이 이번에 출마했다. 주력하는 기초의원에는 40세 미만 전체 출마자 중 93명이 뉴웨이즈 후보로 20% 가까이 된다. 정치에 관심 있고 실제 정당에서 활동했어도 정작 출마할 때 무얼 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있다. 뉴웨이즈의 커뮤니티 가이드와 약속문에 동의해 후보가 되면 우선 출마 준비를 위해 필요한 내용을 전달한다. 자신의 그간 활동을 프로필 형태로 정리하는 것도 돕는다. 정당도 정하지 못한 사람, 정당 활동을 했지만 지역 기반이 없는 사람 등 유형에 따라 필요한 조언을 한다. 현직 의원의 경험을 듣는 자리도 만들었다.”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유권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일 텐데.
“지지그룹 만드는 것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다. 청년 정치인 후원자인 캐스팅매니저의 정보를 모아 해당 지역 후보자가 연락할 수 있도록 연결시켜 준다. 2030세대는 오프라인 유세로 만나기 쉽지 않아 접점은 주로 온라인 기반이다. 관중석에서 벗어나 적극 개입하는 유권자가 되어 달라, 투표용지에 올라가는 사람부터 바꾸자며 캐스팅매니저를 모집했다. 그들에게는 정치와 선거에 대한 초보적인 궁금증을 풀어줄 학습지와 왜 청년 정치인이 필요한지 이해할 자료를 제공했다.”
-캐스팅매니저가 되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도 있겠다.
“기초의원은 투표용지가 너무 많으니까 주로 정당 보고 뽑지 후보 비교까지 하면서 투표하지 않는다. 내가 기초의원 뽑은 적이 있었던가 하는 사람도 있다. 캐스팅매니저한테 지역구별로 내가 뽑을 수 있는 청년 정치인 리스트를 우선 보낸다. 정책 비교라든지 그다음 단계가 있지만 우선 후보를 발견하고 나면 투표에 대한 관심이 달라질 수 있다. 그중 응원하고 싶은 후보가 있다고 하면 허락을 얻어 캐스팅매니저의 연락처를 후보에게 전달한다. 뉴웨이즈의 캐스팅매니저는 현재 1만650명 정도다. 웹사이트에 들어와 이름, 이메일 주소, 지역구만 입력하면 매니저가 된다.”
-정당과 무관하게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어떤 취지인가.
“정당이 의제나 메시지 중심의 공동체라면 뉴웨이즈는 왜 청년 정치인이 나오기 어려울까, 어떻게 하면 그들이 성장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다양한 개인의 연결을 통해 유권자가 청년 정치인을 키우는 시스템에 더 많이 개입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특정 정당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었다. 정당이 진작 뉴웨이즈 같은 역할을 했더라면 생길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정당들의 청년 정치인 발굴은 의사 결정권자가 당내 실험을 하는 식이어서 지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우리 정치에 다양성과 다원화가 절실하다면 정치인끼리 서로 다른 생각을 확인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초당적으로 함께 성장하면 생각이 다른 정치인끼리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관계를 맺으면 안심하고 서로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다. 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부닥치니 쉽게 갈등이 생기고 공격적이거나 방어적이 된다. 그럴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차이를 이해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도 초당적 접근이 필요했다.”
-청년 정치인을 2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청년 정치인이 지금보다 많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정치는 지금보다 더 다양해지고 젊어져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 당선자 중 50세 이상이 73%를 넘고 40세 미만은 6%에 불과했다. 기초의회 절반에 40세 미만 의원이 한 명도 없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2030의 목소리가 대변되기 어렵다. 기후변화 등 다가오는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조건에서 상상하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 가능성을 두고 의사결정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얽히고설킨 지역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정치인들이 늘어나야 할 필요도 있다.”
-청년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선출직 공직에 청년 정치인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반쯤은 그럴 필요도 느낀다. 정치도 어차피 자기 삶의 반경 안에서 상상하고 이해하는 것인데 5060세대가 2030세대의 삶을 배운다 한들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다른 연령대는 나가세요'가 아니라 '청년을 대변할 정치인도 있어야 한다'는 거다. 사실 청년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도 아니다. 1인 가구 문제는 청년들이 많이 겪지만 노인 문제와 연결된다. 2030만을 위한 정책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그러지도 않는다.”
-한국은 주요국 가운데 청년 정치인 비율이 가장 낮다. 청년의 정치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무얼까.
“청년들이 자라오면서 정치에 대한 효능감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 지금 어른 세대는 민주화를 거치며 정치 효능감을 강렬하게 느껴왔지만 그런 변화의 혜택을 받으며 자란 우리 젊은 세대는 그렇지 못하다. 게다가 그나마 정치에 관심 있는 청년을 품어낼 정당 시스템이 엉망이다. 청년 정치인 양성 시스템이 없는데도 정당들은 그게 있다고 믿는다. 정당 관계자를 만나 보면 우리는 청년도 많고 아카데미도 있고 다 하고 있다고 한다.
고질적인 정당의 공천 제도는 청년 정치인의 등장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당 공천은 여전히 시민이나 유권자가 개입할 여지가 적고 공고한 권력 관계 안에서 결정된다. 공천이 투명해지고 체계화되고 일관성만 생겨도 청년들의 당선 비율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거다. 개혁 시도가 없지 않았으나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이런 시도를 하면 자기 세력 키우는 것으로 의심받는다. 유불리만을 따지기 바쁘지 조직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가는 고민하지 않는다. 늘 사람이 중요하다면서 왜 정당에 인사팀은 없을까, 인재팀은 없을까 의아하다.”
-그렇더라도 각 정당의 청년 정치인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늘긴 했다.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나.
“2030 유권자는 생애주기로 이행기이기 때문에 영원히 어느 당을 지지한다가 아니라 변화 과정에 있다. 그런 캐스팅보터 역할에 대한 관심이 커져 정당들도 전보다 노력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굉장히 부족하다. 청년 세대의 변화는 연속적인데 이들에 대한 관심은 이벤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계가 많다. 지난달에 정당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더라. 어느 지역구에 자기 당 후보로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 청년 청년 말만 하지 사람 안 키워서 인재풀이 없다는 증거다.”
-하지만 30대 여당 대표, 20대 야당 비대위원장은 어떤 점에서 눈부실 정도 아닌가.
“두 분의 등장은 고무적이다. 단순히 젊어서가 아니라 등장하는 경로가 달랐다는 데 주목하고 싶다. 이준석 대표는 과거처럼 지역 조직을 동원한 게 아니라 온라인 당원을 모집해 투표로 당대표가 됐다. 기존의 정치 문법과 달랐다. 선거에서 당원이 되면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낸 것도 흥미로웠다. 전문성과 문제해결 역량을 가진 박지현 위원장도 대선 직후 2030 여성 유권자의 민주당 입당이 늘자 사실상 그런 유권자 반응에 당이 움직인 거다. 유권자가 움직이고 영향력을 발휘해 당대표가 달라지고 바뀔 수 있다는 드문 경험을 한 것이다.”
-이준석 대표를 두고는 지나친 능력주의 등 비판도 적지 않은데.
“이 대표는 정치의 공간을 너무 좁게 만든다. 정치는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것을 따지고 들기보다 정보와 맥락을 파악해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정치는 항상 주관식이어야 하고 그런 질문 뒤 객관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대표 식 정치는 무엇을 기대하게 만들기보다, 무엇을 해결해야 할까 고민하게 하기보다 정치를 선택이 한정된 객관식에 가둔다.
누군가를 보듬어 안는 마음으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움을 기반으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쟤 때문에 네가 기회를 못 얻은 거야', '쟤 때문에 네가 불편한 거야', '쟤 때문에 이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거야'라고 하면 사람들은 그들을 같이 문제를 해결할 동료 시민이 아니라 내 기회를 뺏는 적으로 상상하게 된다. 시민의 공간을 납작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게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진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공론장을 해친다. 이 대표의 정치 방식에 동의하고 더 잘 해줬으면 하지만 내용 면에선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젊다고 다 새롭고, 젊다고 언제나 기대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해도 되나.
“청년 정치인이 많아져야 세상이 달라진다고 하니까 두 가지 비판이 쏟아지더라. ‘류호정 같은 애가 많아진다고 세상이 좋아지냐’라는 사람이 있는 한편 ‘이준석 같은 애가 많아지면 세상이 좋아지냐’라고 비웃는 사람도 있다. 청년에게 기대하는 것은 다른 정치, 나은 정치이지만 사실 그건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지 젊은 사람만 져야 할 짐은 아니다. 다른 경험, 다른 우선순위를 가진 사람이 많아지고 그런 다양성 안에서 청년 정치인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소수니까 이 사람의 정치가 젊은 정치냐 저 사람의 정치가 젊은 정치냐고 구분부터 지으려 한다.”
-2030세대의 투표율이 전체 세대 중 가장 낮다. 청년 세대의 정치 무관심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단계여서 정치와 내 삶을 연결 지어 바라보기 쉽지 않은 연령대다. 그래도 젊은이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기보다 지금 정치의 모습에 실망한 것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 정치 무관심을 유권자 탓으로 돌리기는 쉽다. 하지만 유권자가 관심을 가지도록 정치가 무슨 일을 했나. 정치인들이 먼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실제로 캐스팅매니저들과 이야기해보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낯설고, 어렵고, 지겹다고 한다. 단순히 무관심으로 뭉뚱그리는 표현 안에 낯설다, 어렵다, 지겹다, 만날 싸우는 거 아니냐라는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를 재밌게, 어렵지 않게, 효능을 경험해 점점 더 그 안으로 유권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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