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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CBM 찍고 7차 핵실험으로 직진... 정부 "핵 기폭장치 작동 시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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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3발을 연속 시험발사했다. 남측과 주일미군 기지, 미국 본토를 한꺼번에 겨냥한 ‘섞어 쏘기’ 무력시위를 처음 감행한 것이다. 한미일 3국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한일 순방에 '강 대 강'으로 맞서겠다는 고강도 도발 개시 신호다. 대통령실은 “북한의 핵 기폭장치 작동 시험을 탐지했다”면서 7차 핵실험 임박 사실도 알렸다.
여기에 전날 중국과 러시아마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ㆍ카디즈)에 군용기들을 무더기 진입시켜 한미일의 공조 강화에 노골적 불만을 드러내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한반도 위기지수'가 급격히 치솟고 있다. 윤 대통령은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강경 대응을 지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군이 오전 6시와 6시 37분, 6시 42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각 한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미사일은 비행거리와 고도가 각각 360㎞, 540㎞로 탐지돼 신형 ICBM ‘화성-17형’ 가능성이 유력하다. 나머지 두 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으로 추정된다. 한 발은 고도 20㎞ 지점에서 소실됐지만, 세 번째 미사일은 약 760㎞ 거리를 날아 정점 고도 60㎞를 찍었다. 북한이 ICBM과 SRBM을 연이어 발사한 건 처음이다. 미국(ICBM)과 한일(KN-23)에 특화된 탄도미사일을 한날에 같이 쏴 언제든 한미일을 동시 타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발사 시점을 보면 김정은 정권의 의도가 좀 더 확실해진다.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저녁 일본에서 열린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뒤 워싱턴에 도착하기 두 시간 전 섞어 쏘기 도발을 선보였다. 군 소식통은 “미국 최고지도자의 뒤통수를 조준한 격”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북한을 자극할 만한 합의를 여러 개 내놨다. 한미정상회담(21일)에서는 공동성명에 북핵 위협에 따른 대응 수단으로 ‘핵’이 처음 명시됐고, 한미훈련 확대, 미군 전략자 전개 등도 약속했다. 미일정상회담(23일)과 쿼드 정상회의(24일)에서도 북한의 핵ㆍ미사일 협박에 강하게 대응한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수세에 몰린 정세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면 돌파구가 무력 카드밖에 없다는 의중을 분명히 한 셈이다.
섞어 쏘기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ICBM을 포함한 장단거리 미사일을 함께 발사한 데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매개, 즉 ‘핵투발 수단’의 다양성을 과시하겠다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 언제든 한미를 일거에 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브리핑에서 “ICBM과 SRBM 섞어 쏘기는 한미동맹에 대한 동시 위협”이라고 단언했다.
북한의 도발이 중러 군용기들의 카디즈 무단 진입과 하루 간격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미ㆍ미일 정상회담, 인도ㆍ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쿼드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숨 가쁜 외교 일정을 통해 한미일이 더 촘촘한 ‘대중 포위망’을 짠 것에 반발하는 성격이 짙다. 북중러가 ‘사전모의’를 했을 가능성은 작지만, 결과적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를 고착화한 꼴이 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앞으로는 우연이 아닌 북중러 3국이 전략적으로 힘을 합쳐 대미 압박 전선을 넓혀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의 신종 도발은 감염병 위기에 구애받지 않고 군사행동은 예정대로 수행하겠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15일 39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열자 규모는 최근 10만 명대를 유지하며 비교적 잘 통제되고 있다. 직전 이틀 동안 북한은 사망자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방역 전쟁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만큼 ‘도발 시간표’ 이행에도 차질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무력시위 종착역은 7차 핵실험뿐이다. ICBM 시험발사 뒤 핵실험 감행은 북한의 오랜 도발 공식이다. 김 1차장은 특히 “북한이 핵 기폭장치 작동 시험을 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기폭장치는 연쇄 핵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핵심 설비로, 핵실험의 ‘8부 능선’을 넘었다는 뜻이다. 또 “지난 몇 주 동안 몇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작동 시험을) 했다”는 설명으로 미뤄 7차 핵실험의 과제인 ‘핵탄두 소형화’에 필요한 성능 준비에 공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비공개 국회 현안보고에서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즉각 대응했다. 긴급 NSC 소집에 이어 한미 미사일 부대의 대북 무력시위로 맞불을 놨다. 북한발 안보 위협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도발과 인도적 지원을 분리해 대처하겠다는 정부 구상 역시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을 대하는 국민 여론이 계속 나빠지면 정책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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