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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내끼·작은내끼·몽돌해변... 혼자만 알고 싶은 휴식처

입력
2022.05.28 10:00

전남 영광의 작은 섬 송이도

영광 송이도의 몽돌해변. 송이도는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섬이다. ⓒ박준규

영광 송이도의 몽돌해변. 송이도는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섬이다. ⓒ박준규

대한민국의 3,400여 섬 중에서 3분의 2는 전라남도에 있다. 예전에는 교통이 불편해 여행이 어려웠지만, 접근성이 꾸준히 개선되며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섬도 차츰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전라남도에서 6월 추천 여행지로 선정한 영광군의 송이도도 그런 곳이다.

영광군의 유인도 10개, 무인도 54개 중에서 낙월도, 안마도, 송이도를 묶어서 삼형제 섬이라 한다. 그중에서도 풍광이 뛰어나기로는 송이도(松耳島)가 꼽힌다. 소나무가 많고 섬의 모양이 사람의 귀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칠산 어장의 중심이라 배가 불야성을 이루던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엔 사람도 배도 뜸해져 한적한 섬 마을로 변했다. 덕분에 선물처럼 주어진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편안하게 휴식하기 좋은 곳이 됐다. 여행지에서까지 뭔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곳,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섬이다.

대중교통으로 송이도까지 갈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다. 다소의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한다. 고속버스로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영광종합버스터미널로 바로 갈 수 있고, 고속철도로 광주송정역에 도착한 뒤 시외버스로 영광까지 가는 방법도 있다. 영광터미널에서는 농어촌버스로 향화도선착장까지 이동해 여객선을 타면 된다.

관광객과 주민들이 하루 두 차례 운항하는 도선에서 내리고 있다. ⓒ박준규

관광객과 주민들이 하루 두 차례 운항하는 도선에서 내리고 있다. ⓒ박준규


송이도 해안 방파제 그림 넘어로 수평선과 구름이 피어오르는 하늘이 아름답다. ⓒ박준규

송이도 해안 방파제 그림 넘어로 수평선과 구름이 피어오르는 하늘이 아름답다. ⓒ박준규


송이도 안내판. ⓒ박준규

송이도 안내판. ⓒ박준규

송이도행 여객선은 하루 2회 운항한다. 첫 배는 물때에 따라 출항 시간이 매일 바뀌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영광군청 여객선 운항시간표(yeonggwang.go.kr/subpage/?mn=9638) 혹은 신진해운(061-353-4277)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향화도선착장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도 출항 시간에 맞춰야 한다. 출항 시간이 오전 8시일 경우 영광터미널에서 오전 6시 40분, 9시 출항은 7시 20분, 10시 출항은 8시 20분, 11시 출항은 9시 30분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된다. 휴식이 목적이라면 오전에 들어갔다가 오후에 나오는 당일치기보다는 섬에서 하룻밤 묵는 여정을 추천한다.

향화도선착장에서 송이도까지는 1시간 30분이 걸린다. 갑판에서 바닷바람을 쐬거나 객실 바닥에서 단잠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송이도가 눈앞에 보인다. 선착장에 도착하면 섬 안내판 확인은 필수.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 약도가 자세히 표기돼 있다.

섬 트레킹 코스는 총 12㎞, 3~4시간이 걸린다. 선착장을 출발해 야영장, 검은바위 낚시터를 거쳐 섬 북단의 전망대, 큰내끼, 작은내끼, 맛등, 왕소사나무 군락지를 돌아온다.


송이도 몽돌해변. 맨발로 걸으며 지압하기 딱 좋은 굵기다. ⓒ박준규

송이도 몽돌해변. 맨발로 걸으며 지압하기 딱 좋은 굵기다. ⓒ박준규


몽돌해변 데크길 나무 아래는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이다. ⓒ박준규

몽돌해변 데크길 나무 아래는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이다. ⓒ박준규

첫 목적지는 몽돌해변. 동글동글한 조약돌이 가득해 맨발로 걸으면 피로가 저절로 풀리는 지압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바닷물이 드나들 때마다 몽돌을 스치는 파도소리가 음악처럼 경쾌하다. ‘나만 알고 싶은 섬’이라는 안내판처럼 혼자 누리고 싶은 욕심이 드는 곳이다.

해변에는 유독 흰색 돌이 눈에 띈다. 도자기 원료로 사용하는 규석으로 예전에는 주민들이 목포에 내다 팔기도 했다고 한다. 해변 위 데크길 주변에 식당 3곳, 숙박업소 5곳이 영업 중이다. 데크길 주변 나무 아래는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이 조성돼 있다.

둑방길을 따라 트레킹을 시작한다. 송이도를 그린 벽화 뒤로 수평선과 흰구름이 걸린다. 말간 풍경에 절로 안구가 정화된다. 쉬엄쉬엄 오솔길을 걸으면 북단 전망대에 이르는데, 수평선 위로 안마도가 신기루처럼 펼쳐진다. 풍경이 기가 막혀서 한동안 멍하니 바라본다.

선착장 반대편 전망대에서 안마도가 신기루처럼 보인다. ⓒ박준규

선착장 반대편 전망대에서 안마도가 신기루처럼 보인다. ⓒ박준규


부챗살을 펼친 모양의 큰내끼해변. ⓒ박준규

부챗살을 펼친 모양의 큰내끼해변. ⓒ박준규


큰내끼해변 부근 해식동굴에서 본 바위 풍경. ⓒ박준규

큰내끼해변 부근 해식동굴에서 본 바위 풍경. ⓒ박준규

큰내끼해변은 접었던 부채를 활짝 편 듯 시원스럽다. 인근 해식동굴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비경이다. 하늘, 바다,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자연 ‘포토존’이다. 비슷한 모양의 작은내끼는 큰내끼의 동생뻘이다. 작은 해변에 구르는 조그마한 몽돌이 갖고 싶은 만큼 예쁘다.

다음은 광활한 갯벌인 맛등. 타 지역에선 1년에 한두 번 볼까한 ‘모세의 기적’이 이곳에선 매일 반복된다. 하루 두 차례 썰물 때마다 송이도와 대각이도 사이 약 3㎞ 거리에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 길기도 하지만 경운기로 이동할 정도로 단단해서 주민들은 물때에 맞춰 맛조개와 백합을 채취한다. 여행객도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데 실제로 맛이 많이 잡힌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풀등, 모래등이라 부르는 지형을 송이도에서 맛등이라 하는 이유다.

하루 2회 광활하게 펼쳐지는 풀등. 송이도에서는 맛등이라 부른다. ⓒ박준규

하루 2회 광활하게 펼쳐지는 풀등. 송이도에서는 맛등이라 부른다. ⓒ박준규


자연물과 폐자재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으로 장식된 함운상씨의 '이름 없는 집'. ⓒ박준규

자연물과 폐자재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으로 장식된 함운상씨의 '이름 없는 집'. ⓒ박준규


'이름 없는 집' 마당의 작품들. ⓒ박준규

'이름 없는 집' 마당의 작품들. ⓒ박준규

이 외에 산 정상부에 100그루 넘게 밀집한 왕소사나무 군락지도 가볼만하다. 마치 영화 ‘아바타’를 연상시키는 신비로운 경관을 자랑한다. 함상운씨의 ‘이름 없는 집’도 섬의 구경거리다. 취미 삼아 망통(부표), 돌 등 자연물과 폐자재로 그린 캘리그라피와 그림이 갤러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마당과 정원을 장식하고 있다.

고향민박식당의 백반. ⓒ박준규

고향민박식당의 백반. ⓒ박준규


폐교를 활용한 친환경가족펜션. ⓒ박준규

폐교를 활용한 친환경가족펜션. ⓒ박준규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배꼽시계가 울린다. 고향민박식당에서 2만 원(1인 1만 원)짜리 백반을 시켰다. 반찬 가짓수는 10여 개로 소박하지만 남길 게 없는 어머니 손맛이다. 숙소로는 옛 송이분교를 리모델링한 친환경가족펜션을 추천한다. 독채 5동, 중형 2동의 숙소와 매점을 운영한다. 바비큐 시설과 잔디구장도 갖춰 별장에 온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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