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원숭이두창이 아프리카 출신·성소수자 때문? 유엔 '낙인 효과' 경고

입력
2022.05.24 20:30
구독

"①아프리카발 바이러스 → 인종차별 우려"
"②성소수자 공동체서 발견 → 성소수자 혐오 우려"

한 연구원이 원숭이두창 진단 실험 결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한 연구원이 원숭이두창 진단 실험 결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미국과 유럽, 중동과 호주 등으로 급속히 확산한 감염병 원숭이두창(monkeypox)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 유엔 산하 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이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의 환자 그룹에 대한 묘사가 성소수자와 아프리카 출신에 대한 차별적 낙인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에이즈계획은 "최근 원숭이두창 관련 보도에서 나타나는 LGBTI(성소수자)와 아프리카에 대한 일부 묘사는 성소수자 혐오와 인종차별적 고정 관념을 강화하고 낙인을 악화한다"고 밝혔다. 유엔에이즈계획은 에이즈 확산 예방, 보균자 치료 및 환자 인권 보장을 목적으로 구성된 기구다. 과거 '동성 간 성관계로 인해 발생한 성병' 낙인이 짙었던 에이즈를 전문적으로 다룬 기구이기 때문에 유사한 문제 발생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앞서 일부 언론과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질병이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이었다가 급작스레 확산한 점, 그리고 영국과 포르투갈 등지에서 성소수자 환자 사례가 많다는 점 등을 이유로 감염자가 아프리카 출신에 한정됐다거나 동성 남성 간 성관계에 의해 주로 감염이 이뤄진다는 식의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감염은 어떤 형태로든 감염자와 가깝게 접촉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체액뿐 아니라 호흡기 비말 등을 통해서도 감염될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매슈 캐버너 유엔에이즈계획 부국장"낙인과 비난은 감염병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능력을 약화한다"면서 "우리의 경험상, 낙인을 찍는 표현은 두려움을 일으키고, 사람들을 의료 서비스에서 멀어지게 하고, 환자를 식별하려는 노력을 방해하고, 비효과적이고 징벌적인 조치를 조장함으로써 증거 기반 대응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버너 부국장은 "이 질병은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감염병에 대한 효과적이고 낙인 없는 대응을 위해 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인권 보호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2020년 4월 신천지예수교회, 5월 이태원 클럽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자 감염병이 특정 집단과 연결되면서 발생한 '낙인 효과' 때문에 '숨은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우려가 나왔다.



아프리카 풍토병이지만... 2018·2019·2021년에도 아프리카 외부서 확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공개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공개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원숭이두창은 아프리카 11개국에서 풍토병으로 존재하고 있는 질병으로 두창(천연두)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증상이 약하다. 크게 서아프리카 계통과 콩고 분지(중앙아프리카) 계통이 있다. '원숭이두창'이라는 이름은 1958년 덴마크의 한 실험실에서 원숭이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며, 사람이 감염된 사례로 발견된 것은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어린이가 최초다.

이 중 현재 확산하는 것은 검사 결과 서아프리카 계통으로 확인됐다. 이미 해당 감염병은 2018년, 2019년, 2021년에 나이지리아에서 영국, 미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으로 확산한 적이 있다.

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이 풍토병이 아닌 국가 기준으로 첫 발병 사례가 확인된 지난 7일부터 24일 현재까지 원숭이두창 확진자 수는 19개국에서 131명, 의심 환자는 106명이다. 코로나19처럼 대규모 전파 사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WHO는 현재 상황이 풍토병화한 지역과 직접적연 교류가 없는 상황에서도 동시다발로 나타나는 것이라 '매우 이례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싱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3일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처럼 전파력이 강한 수준은 아닐 거라고 예상된다"면서도 "유럽이나 미국 여행객들이 늘고 있어 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22일 "아직 한국에서 발견된 환자는 없지만, 대비를 위해 검사체계를 구축했다"면서 두창(천연두) 백신이 원숭이두창을 85%가량 예방할 수 있어 사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두창은 인류에 의해 최초로 사라진 감염병이지만 세계 각국은 두창 백신을 비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3,502만명분이 비축돼 있다.

인현우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