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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로나 패닉에… 심근경색환자 원내사망률 8배 늘었다

입력
2022.05.25 04:30
수정
2022.05.25 09: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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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후 병원 도착 3시간 넘게 늦어져
심근경색 환자 심정지·원내사망률 증가
“팬데믹 기간 초과사망과 밀접한 관련”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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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심근경색 환자가 병원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전보다 8배나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19에 걸릴까봐 병원에 가길 망설인 환자가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가 심혈관질환의 ‘초과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임상적 근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4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경북대병원 내과학교실 이장훈 교수 연구진은 내원한 급성심근경색 환자 598명을 분석한 이 연구결과를 최근 대한의학회지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들 환자는 팬데믹 기간인 2020년 2월 1일부터 4월 30일, 그 이전인 2017, 2018, 2019년 각각 같은 시기에 심근경색 검사(관상동맥조영술)를 받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중 치료 지연 확인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엔 급성심근경색증(NSTEMI·403명) 환자들이 가슴 통증 같은 증상을 인지한 뒤 병원에 도착하는 데까지 평균 511.5분이 걸렸다. 팬데믹 전엔 310분이었는데, 3시간 넘게 늦어진 것이다. 급성심근경색증은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어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실제 이들의 원내사망률을 비교했더니 팬데믹 전엔 0.3%였는데, 팬데믹 중엔 2.3%로 8배 가까이 뛰었다. 심정지 발생률도 0.9%에서 3.5%로 4배가량 올랐다.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내원을 망설였고, 이 때문에 치료가 늦어져 심정지나 원내사망이 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심장과 관련된 많은 혈관 중 가장 중요한 굵은 동맥이 완전히 막혀 지체 없이 내원해야 하는 초응급 급성심근경색증(STEMI·195명)마저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후 치료(풍선확장술)를 받기까지 시간이 지체됐다. 팬데믹 이전엔 평균 55.7분 걸렸는데, 팬데믹 기간엔 60.8분으로 5분가량 더 늦어졌다.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개인보호구를 착용하느라 시간이 더 필요했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심근경색 입원도, 치료제 사용도 감소

전염병 대유행 같은 특별한 이유 때문에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발생하는 사망을 초과사망이라고 부른다. 논문에 따르면 2020년 3~7월 미국에서 발생한 초과사망 중 코로나19가 원인으로 확인된 건 67%에 그쳤다. 같은 해 2~4월 우리나라 대구에서도 초과사망의 40% 정도만 코로나19가 원인으로 보고됐다. 초과사망의 상당수가 직접적인 코로나19 감염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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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서 팬데믹 기간 동안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환자는 그 전보다 1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환자들이 병원에 덜 온 것이다. 병원에 온 시점도 팬데믹 전보다 늦은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심혈관질환의 높은 치명률을 감안하면, 치료가 늦어진 게 사망을 늘리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심근경색 치료용 약물의 사용 비율이 팬데믹 전에는 60%대였는데, 팬데믹 기간엔 40~50%대에 머물렀다.

코로나19가 초과사망에 간접 영향도

의료계에선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어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발생한 초과사망이 적지 않을 거라고 예상해왔다. 이번 연구는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팬데믹 기간 동안 급성심근경색 환자들의 입원 감소, 치료시간 지연, 치료약 사용 감소 등이 한국의 초과사망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급성심근경색 같은 심장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중 두 번째(2020년 기준)로 많다.

단, 이번 연구는 특정 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논문은 대한의학회지 1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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