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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입력
2022.05.24 20:00
25면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16년 촬영한 한국의 인공광. 해안가와 저지대를 통과하는 조류에게 이러한 인공광은 이주 방향에 큰 교란을 일으키며, 건물 충돌을 일으킨다. ⓒNASA Worldview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16년 촬영한 한국의 인공광. 해안가와 저지대를 통과하는 조류에게 이러한 인공광은 이주 방향에 큰 교란을 일으키며, 건물 충돌을 일으킨다. ⓒNASA Worldview

지난 19일, '생물다양성의 날'(매년 5월 22일)과 '세계 철새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국립생태원에서 개최되었습니다. 특히 매년 5월과 10월 둘째 주 토요일에 기념하는 세계 철새의 날은 철새와 그 서식지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고, 철새가 처한 위기를 알리기 위해 2006년에 정한 대중 인식 캠페인이죠. 다른 기념일과는 다르게 봄·가을에 두 번 있는 이유는 이동성 철새들의 특성을 반영한 것입니다.

올해 주제는 인공광 공해였죠. 인공광은 세계적으로 매년 최소 2%씩 늘고 있다죠. 광공해는 이동성 철새들에게 주요한 위협입니다. 별빛이나 달빛을 이용해 야간에도 비행하는 철새들은 방향감각을 잃고, 건물 유리창과 충돌할 위험이 있고, 생체내부 시계가 교란해 장거리 이동을 방해받습니다. 국내 광공해와 조류 관련 연구는 자연 환경과 인공 환경에서의 조류가 소리를 내는 시간대를 비교했고, 광공해로 인해 박새의 새벽 울음 시간이 빨라졌다는 결론을 얻습니다. 새들에게는 동트는 시간이 더 빨라진 셈이죠. 빛은 생체 호르몬을 조절합니다. 이렇게 되면 자연적 흐름보다 빨리 번식이 시작될 수 있고, 번식 실패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인공광은 철새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류에게 일상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죠. 이러한 인공광 영향은 인간이 조류에게 미치는 수많은 악영향 중 하나입니다.

산간계곡에 서식하는 물까마귀는 주로 수서곤충을 먹는다. 수질이 나빠지면 물까마귀는 곧바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서식지 소실이 야생조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다. ⓒ김영준

산간계곡에 서식하는 물까마귀는 주로 수서곤충을 먹는다. 수질이 나빠지면 물까마귀는 곧바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서식지 소실이 야생조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다. ⓒ김영준

1970년부터 지금까지 북미 조류종의 57%가 줄어들고 있고, 거의 30억 마리가 감소했다고 보고했죠. 이러한 감소는 초원 서식종에서 가장 심했는데, 약 74%가 감소했으며, 1970년 이후 31종에서 7억 마리의 번식 개체들이 사라진 것을 뜻합니다. 유럽도 비슷한데, 1980년부터 2017년 사이 378종의 번식 조류 개체군의 18% 가량이 감소했고, 이는 6억 마리의 개체가 사라진 것이죠. 북미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북반구 철새와 같은 장거리 이주종은 1970년 이후 4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인도의 146종에 대한 장기 추세는 거의 80%가 감소(50%는 심각한 감소)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노랑때까치와 검은머리촉새와 같은 농경지 서식종이 매우 감소했으며, 44종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를 게 있을까요?

자료를 조사하며, 저명한 조류학자인 국립생물자원관 박진영 부장의 2005년 기고글을 찾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새가 많이 줄었다고 이야기한다. 새들이 줄었다는 것은 곧 새들이 살아가는 서식지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암시한다."

우리는 이미 17년 전부터도 새가 줄어감을 알고 있었지요. 연간 800만 마리 새가 죽어간다고 외쳐도 세상은 심드렁합니다. 올봄 탐조로 섬에 들어간 많은 분들께 '새가 없다'는 소리를 유독 듣습니다. 제발 올해만의 문제이길 바랍니다. 봄 가뭄이 유독 깁니다. 세계 도처의 가뭄과 화재소식이 들리고, 섭씨 45도까지 치솟은 인도는 밀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식량과 경제문제를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기후변화를 막고 생태계를 안정시키자는 것이 고작 환경보전론자들만의 이익이 아니라는 게 고스란히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자,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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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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