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나붙은 선거 현수막 ... 온실가스 최소 7만㎏ 생긴다

입력
2022.05.25 04:30

편집자주

갈수록 환경에 대한 관심은 커지지만 정작 관련 이슈와 제도, 개념은 제대로 알기 어려우셨죠? 에코백(Eco-Back)은 데일리 뉴스에서 꼼꼼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환경 뒷얘기를 쉽고 재미있게 푸는 코너입니다.


올해 대통령선거에 이어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있습니다. 대로변은 물론, 골목 구석까지 현수막이 나붙고 있습니다. 단 2주간의 홍보를 위해서죠. 그런데 이렇게 사용된 현수막에서 300여 톤에 이르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합니다. 환경보호를 위해 한국석유공사가 태양광 발전시설을 1년 동안 가동해 감축한 온실가스 양과 맞먹습니다. 기껏 애써 줄여놓은 걸 선거 한 번에 다 날리는 셈입니다. 이제 온라인 선거만 해도 충분치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교육감 선거 운동이 공식 시작된 19일 서울 관악구 신대방역 사거리에 서울시장에 출마한 기호1번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기호2번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고영권 기자


지방선거 한 번에 현수막 14만 장

공직선거법을 보면, 선거 현수막은 '2주간 읍·면·동 수의 2배 이내'로 게시할 수 있습니다. 행정동이 425개인 서울의 경우, 후보당 현수막을 850개까지 걸 수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선 3만580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20대 대선 때는 6만6,144장이 쓰였습니다.

이게 얼마나 많은 양일까요. 20대 대선 때 쓰인 현수막 6만6,144장을 이르면 총길이가 661.44㎞에 이르는데, 이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2,067개,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1,203개를 이어 붙인 길이와 비슷합니다.

후보들이 넘쳐나는 지방선거 때는 전국이 현수막 홍수에 휩싸입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때 쓰인 현수막은 무려 13만8,182장입니다. 한 줄로 이으면 1,382㎞인데,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 도쿄 나리타국제공항까지(1,220㎞) 갈 수 있는 길이에 이릅니다. 면적으로 따지면 약 138만㎡로 축구장 167개를 붙여 놓은 수준입니다.

이 수치도 사실 현실을 반영하기엔 부족합니다. 선관위가 공식 인정한 현수막만 그렇다는 것이고, 그 이외 현수막들, 가령 특정 정당이나 후보 선전이 아닌 단순 투표 독려 현수막이나 선거사무소 등에 내건 현수막은 제외됩니다.

환경오염으로 되돌아오는 폐현수막

이 현수막들, 환경엔 괜찮을까요. 그럴 리가 없겠지요.

우선 현수막은 플라스틱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터(PE)가 주성분입니다. 생산하는 단계에서부터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성적표지 작성지침에 따라 폴리에스터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기반으로 계산해 보면, 현수막은 장당 2.37㎏ CO₂e의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대략 계산해도 선거 한 번 치르면 현수막 만드는 데만도 온실가스 72~327톤을 생산합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문제입니다. 폴리에스터 성분이니 땅에 묻어도 잘 썩지 않습니다. 거기다 화려하게 꾸미느라 염료를 잔뜩 입혀 놔서 땅을 오염시킬 수도 있습니다.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태워 없애는데, 소각처리 때는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배출됩니다. 비용도 적지 않습니다. 톤당 폐현수막 폐기 비용을 계산해 보면 대략 1억3,000여만 원이 들어갑니다.

지난해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후 서울 서대문구청 관계자들이 관내에서 선거 현수막을 수거해 구청 보관장소에 적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활용 해야 하는데..." 30년간 반복된 얘기

결론적으로 어떻게든 폐현수막은 재활용돼야 합니다. 그런데 이건 몰랐던 얘기도, 새로운 얘기도 아닙니다. 환경부는 1996년에 이미 4월 총선으로 인한 폐현수막 문제를 거론하면서 "회수·재활용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 자원 재활용 촉진을 도모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 때 폐현수막의 재활용률은 33.6%, 2020년 총선 때는 고작 23.5%에 그쳤습니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선거용 폐현수막 업사이클링(새활용) 업체가 전국에 53개뿐입니다. 이 가운데 36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지방에는 업사이클링 업체가 아예 없는 곳도 많다는 얘깁니다. 거기다 현수막은 그 특성상 다른 질 좋은 제품으로 쓰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이 장바구니, 청소 마대자루로 재활용됩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잘 쓰이지 않는다고 하네요. 많은 현수막들이 매립, 소각되는 이유입니다.

기후위기 시대, 선거 운동도 변해야

그래서 결국엔 현수막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제안이 나옵니다. 사실 선거철 현수막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로 꼽힙니다. 해외에서는 현수막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유럽의 경우 현수막을 거리에 내거는 것 자체가 도시 경관을 해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최근엔 온라인 선거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독일은 10년 전부터 후보자가 온라인에서 정책을 홍보하고, 자료를 배포하는 온라인 선거운동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스위스, 스웨덴도 SNS 등을 통한 광범위한 선거운동을 벌입니다.

우리도 현재 온라인 선거운동이 허용돼 있습니다. 길거리에 현수막이 좀 붙어 있어야 선거철 기분이 난다고요? 기후위기 시대에는 바뀔 때도 됐습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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