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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개방하고 공유하는 기업들

입력
2022.05.25 00:00
26면

기술 보호시대에 기술 개방하는기업들
사회적 선한 영향력과 기여도 커
장기적으론 경제적 이득도 돌아올 것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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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을 때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내 기술을 모방으로부터 보호하는가이다. 기술은 모방이 쉽다. 그래서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을 보호하려 한다. 영업비밀, 복잡설계, 시장선점 등을 사용하기도 하고, 특허(권), 저작권, 상표권 등의 지식재산권 제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지식재산권 제도의 강화 및 정비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그 이유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직관에 반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의도적 지식개방 및 공유이다. 기술이나 특허의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고 누구나 공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찾아보면 의의로 많다. 1958년 개발된 볼보의 '3점식 안전벨트' 특허 개방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또 최근 코로나19 관련 '코르베백스' 특허를 포기 개방하였다고 한다.

왜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일까? 먼저 '사회적 기술기부'를 통한 선한 의지 구현, 국제사회 기여, 기술혁신의 촉진 등이 목적인 경우가 있다. 의료제약, 환경기술, 농업기술 등의 분야에서, (비영리기관을 통한) 기술기부는 활발한 편이다. 다양한 종류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SS)도 조금씩은 차이가 있지만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이 다는 아니다. 기업들도 한 가지 일을 수행할 때 여러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을까? 즉 해당 기업도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경제적 이득을 기대하지 않을까?

먼저 기술 활용의 진입장벽을 낮추어 다른 기업들의 시장참여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해당 기술의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개방 기술이 표준, 지배적 디자인이 되어 기업의 기술적 리더십을 확보할 수도 있다. 보완적 기술의 라이선스를 통해 이윤을 추구할 수도 있으며 보완자산(기술혁신 이외의 생산 및 유통 등의 능력, 플랫폼 역량 등) 확대 활용을 통해 이익을 환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시장 참여기업의 추가적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기술네트워크의 구심점이 되고 이것이 다시 해당 기업에도 추가적 혁신의 지식기반이 된다. 또한 투자유치에도 활용될 수 있다. 기술개방은 자본시장에 일종의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고, 시장확대의 기대감을 높여 줄 수 있다.

2015년 구글은 '텐서플로(TensorFlow)'라는 딥러닝 라이브러리를 오픈소스로 공개하였다. 페이스북도 '파이토치 (PyTorch)'라는 딥러닝 프로그램을 공개하였다. 소프트웨어는 지식이 명시적이고 기존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이 개발되는 구조로, 이러한 효과가 크게 기대되는 분야이다. 하지만 이것에만 한정되지는 않는 것 같다. 보안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 등으로 대표되는 정보보안 산업은 소프트웨어 개방뿐만 아니라 백서 발간, 기술콘퍼런스 등을 통한 의도적 기술공유가 활발한 산업이다. 또한 2014년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특허 개방, 2015년에는 도요타가 수소차 관련 특허를 개방, 2019년 하이브리드 자동차 특허 개방 등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지식공유를 통해 자율적 상생 메커니즘이 전면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AI 기술의 확대 발전 등과 맞물리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의 진화는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신기술의 등장과 기술 환경을 한 번쯤은 생각해볼 만하다.


김연배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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