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성명엔 빠졌지만… 軍, 성주 사드기지 '정상화' 속도 낸다

입력
2022.05.23 16:15
수정
2022.05.23 16: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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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국방 "빠른 시기, 일정 협의"

경북 성주에 배치된 미군의 사드 발사대. 연합뉴스

경북 성주에 배치된 미군의 사드 발사대. 연합뉴스

군 당국이 경북 성주에 위치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기지 정상화에 본격 착수한다. 21일 한미정상회담 의제에선 빠졌지만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한미동맹 복원의 ‘바로미터’인 만큼 속도를 낼 방침이다. 2017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들여온 사드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아 5년째 임시배치 상태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기지 정상화’ 여부와 관련해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이날 취재진에 “그간 정상화하기 어려워서 안 했던 것이 아니다”며 “당연히 했어야 했고, 그렇기 때문에 빠른 시기 내 일정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상화 작업에는 △환경영향평가 △상시 지상접근법 보장 △부지 공여가 포함되며, 이르면 다음 달 환경영향평가 절차부터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17년 사드 국내 반입 당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정식 배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드 배치를 결정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중국의 반발로 차일피일 미뤄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소규모가 아닌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도록 방침을 바꾸면서 관련 절차는 사실상 멈췄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 구성ㆍ심의 △평가서 초안 작성ㆍ협의 △주민 의견 수렴 △평가서 본안 작성 및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물자 반입을 저지하는 성주 지역 주민들의 집회ㆍ시위가 계속되는 것도 문재인 정부로서는 부담이었다.

정부가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 미국의 불만은 고조됐다. 환경영향평가와 지상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건물의 신축 및 개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사드 기지에 있는 한미 장병 400여 명은 지금도 임시 컨테이너 막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매주 두세 차례씩 장병 숙소 개선 공사를 위해 자재와 물품을 기지로 반입하고 있지만, 사드 레이더 가동에 필요한 유류 등 핵심 물자는 헬기로 공수하고 있다.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미 하원에 “사드에 대한 제한된 접근이 준비태세에 영향을 준다”고 밝힌 것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마지막 국방장관이었던 마크 에스퍼가 2020년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게 노골적 불만을 표한 것도 이 같은 사정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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