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윈스키 돌발 질문 떠올린 박지원 "윤석열, 인사에 균형과 조화 이뤄야"

입력
2022.05.2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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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윤석열 내각 남성 다수...어떤 계획' WP질문 화제
"기자 뭐든 질문하는 게 직업... 이게 민주주의"
"여성에 동등한 기회 보장" 윤석열 답변 "재치 있어"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금 (한국의) 내각에는 거의 다 남성이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그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

21일 한미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WP) 기자의 질문이 화제가 된 가운데,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이게 민주주의"라는 반응을 내놨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을 맡았던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다소 불편한 질문에 "재치 있게" 답변했고, 언론이 권력자에게 이런 질문을 가감 없이 던질 수 있는 게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에게 외신이 지적한 문제를 간과하지 말고 "인사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라고도 당부했다.

박 전 원장은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美 WP 기자의 한미정상회담 합동기자회견장, 윤 대통령에게 다소 쌩뚱스러운 질문으로 화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기자는 무엇이나 질문하는 게 직업이고 민주주의"라고 강조한 그는 2000년 김대중-빌 클린턴 회담 직후 청와대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르윈스키 스캔들을 묻던 외신 기자들의 사례를 언급했다.

박 전 원장은 "한미 각 2명의 기자가 두 정상께 크로스 질문하기로 합의했으며 당연히 질문 내용은 몰랐다"며 "美 기자 2명은 똑같이 클린턴 대통령께 '르윈스키 스캔들'을 질문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클린턴은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성실하게 답변했다. 오히려 난처하기는 김대중 대통령과 사회를 보던 저였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에 "인사에 균형 조화 이뤄야" 충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 뉴시스

박지원 전 국정원장. 뉴시스

박 전 원장은 "WP기자의 질문은 압권이었다"면서 "윤 대통령도 재치 있고 간결하게 답변을 잘하셨다. 그러나 모든 인사에는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도 아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21일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WP기자는 기자회견 질문을 마치는 순간 추가 질문을 요청했고, 윤 대통령에게 한미 현안이 아닌 질문을 던졌다. 그는 "(윤석열 정부 내각이) 거의 대부분이 남자만 있다. 대선 기간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다"며 "한국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보나. 남녀평등을 위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돌발성 질문에 윤 대통령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답변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예를 들어 지금 공직 사회에서 내각의 장관이라고 하면, 그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며 "여성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이러한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답변을 두고 대선 당시 인정하지 않았던 '구조적 성차별'을 결국 인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다음 날 대통령실은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2일 브리핑에서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했다, 안 했다가 아니라 질문을 듣고 바로 말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봐달라"며 "윤 대통령의 답변은 앞으로도 여성들이 공정한 기회를 가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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