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의 이재명

입력
2022.05.22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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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가운데)이 22일 대전 서구에서 열린 합동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가운데)이 22일 대전 서구에서 열린 합동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뜻밖에 고전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에 따르면 지난 19, 20일 실시된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5.8%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49.5%)에게 3.7%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양을이 민주당 텃밭이란 점을 고려하면 오차 범위 내 접전만으로도 이 전 지사에겐 상당한 위기 신호다.

□ 인천 계양을은 2004년 분구된 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네 차례나 국회의원에 당선된 곳이다. 2010년 송 전 대표의 인천시장 출마로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이상권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게 보수정당의 유일한 승리다. 가장 최근 선거만 봐도 송 전 대표가 2020년 총선에서 58.6%의 득표율로 윤형선 후보(38.7%)를 크게 앞섰다. 지난 3월 대선에서도 계양구에선 이재명 후보가 52.3%의 득표율로 윤석열 후보(43.5%)를 제쳤다.

□ 이 전 지사가 뒤지는 여론조사가 한 번 나온 것이긴 하지만 명분 없는 출마에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선 패배 후 곧바로 정치를 재개하는 데다 출마지마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민주당 텃밭이어서 ‘방탄 출마’라는 여권의 비판이 먹혀들 소지가 크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참패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이듬해 4월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가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출마한 성남 분당갑을 피한 이 전 지사로선 패배 시 정 전 장관보다 더 큰 수모를 겪을 수 있다.

□ 이 전 지사의 부진은 최근 민주당 지지율 추락과도 무관하지 않다. 4개 여론조사 기관의 5월 3주 차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42%로 민주당(30%)을 12%포인트 앞섰다. 최근 6개월간 조사 중 최고치다. 0.7%포인트 격차의 대선 이후 양당 간 지지율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 외에도 민주당이 대선 후 무리한 검수완박 입법 등 강경 노선을 내달린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0.7%포인트가 선거 패배에 따른 반성을 잊게 한 마취제 역할을 했던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송용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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