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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교수의 헬시 에이징] 잘린 팔다리, 줄기세포로 도마뱀처럼 재생한다?

입력
2022.05.22 18:36
수정
2022.05.22 19: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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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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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라푼젤’에서 한줄기 햇빛이 떨어지면서 그 빛이 질병과 상처를 치유하는 마법의 힘을 지닌 황금 꽃이 피었고 수백 년 동안 자신이 젊어지는 비결로 사용했다.

황금 꽃 앞에서 노래만 부르면 금세 젊은 마녀로 변한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늙기에 황금 꽃 같은 젊고 질병이 없도록 만들어주는 영생의 불로초를 갈망해 왔다.

그런데 도마뱀 같은 양서류는 꼬리가 잘리면 그 조직이 모두 다시 살아난다. 이런 조직 재생을 ‘분화 역전’이라고 한다. 이 같은 분화 역전은 몸속 줄기세포의 작용 때문이다. 즉 ‘재건 줄기세포’가 손상된 조직을 원상회복시키는 것이다.

도마뱀에서 나타나는 재생은 인간에게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 같은 고등동물은 진화 과정에서 무슨 이유인지 재건 줄기세포가 도태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에서도 몸속에 재건 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복음' 같은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인간도 도마뱀처럼 조직을 재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조직 재생이 끊임 없이 필요한 인간의 위·소장 등 일부 상피 조직이 심하게 손상되면 재건 줄기세포가 나서 분화 역전을 통해 조직을 원상회복시킨다.

이 같은 재건 줄기세포 원리가 점점 밝혀지면서 조직을 손상하지 않고 몸속에서 재생(in vivo reprogramming)을 이룩해 항노화 및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특히 후안 벨몬트 박사 연구팀, 데이비드 신클레어 박사 연구팀, 토머스 브라운 박사 연구팀 등은 인간의 특정 유전자를 발현시켜 재건 줄기세포가 형성되도록 해 영원히 늙지 않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런 원리를 이용해 불로장생을 연구하는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생 스타트업 기업인 ‘앨토스 랩스(Altos Labs)’는 엄청난 투자 금액을 끌어모아 원대한 꿈을 실현하는 데 천착하고 있다.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는 세포를 역분화하는 4종의 ‘야마나카 전사 인자(OSKM·Oct4, Sox2, Klf4, cMyc)'를 활성화하면 조직을 재생하거나 젊게 만들어 손상된 세포 재생뿐만 아니라 노화 세포를 다시 젊게 만든다는 걸 알아냈다.

다만 이 같은 야마나카 전사 인자는 획기적인 조직 재생과 항노화 효과를 나타내지만 기형종이 생기는 것이 문제다. 후안 벨몬트 박사 연구팀은 2016년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동물 실험에서 4종의 야마나카 전사 인자가 지속적으로 발현하면서 기형종이 만들어졌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려는 연구들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재건 줄기세포 특성 및 미세 환경 변화를 통하거나 야마나카 전사 인자를 보유하고 있는 엑소좀 등으로 재건 줄기세포가 자발적이고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해 도마뱀처럼 퇴행 조직을 재생하고 건강한 역노화가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들 연구가 열매를 맺어 ‘건강한 노화(healthy aging)’라는 인간의 오랜 꿈이 하루빨리 앞당겨지길 기대해 본다.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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