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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큰돌고래 '비봉이'는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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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보육시설에서 길러진 아이를 어른이 된 후 집, 돈, 일자리, 가족 등 생존에 필요한 어떤 것도 없는 상태에서 대도시에 데려다 놓는다면 아이는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소속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가 기자와 인터뷰에서 준비되지 않은 고래류 방류를 비유해 설명한 내용이다.
최근 제주 서귀포시 돌고래체험시설 퍼시픽 리솜(옛 퍼시픽랜드)에 홀로 남겨진 남방큰돌고래 '비봉이'(22~23세 추정)의 거취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방류에 힘이 실리는 듯했지만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면서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서다.
퍼시픽 리솜이 지난달 24일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를 다른 체험시설인 거제씨월드로 무단 반출한 게 밝혀지며 공분을 샀다. 시민단체와 만든 협의체를 무시한 것도 모자라 관련 법까지 위반했다. 태지와 아랑이의 건강도 걱정이지만 한 달째 혼자 생활하고 있는 비봉이 상태 역시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비봉이는 2005년 4월 제주 한림읍 비양도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이후 17년 동안 쇼에 동원됐다. 퍼시픽랜드는 2013년 수산업법 위반으로 돌고래 네 마리를 몰수당했다. 이때 비봉이는 오래전에 잡혔다는 이유로 몰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 결과 퍼시픽랜드에 있던 삼팔이, 춘삼이, 태산이, 복순이는 제돌이와 함께 제주 앞바다로 돌아갔지만 비봉이는 남겨졌고, '국내 수족관에 마지막으로 남은' 남방큰돌고래가 됐다.
비봉이를 방류하자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퍼시픽 리솜은 "비봉이가 공연의 핵심"이라며 방류를 거부했다. 비봉이의 공연은 퍼시픽 리솜이 해당 부지에 숙박시설을 짓겠다며 공연장을 닫으면서야 끝났다.
전문가들은 돌고래 방류 성공 요소로 포획 시기와 방류 장소, 수족관 생활 기간을 꼽는다. 성년이 된 이후 잡혔다면 야생에서의 삶과 사냥하는 법을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원서식지에 돌아가면 무리에 합류할 수 있다.
당초 비봉이는 청소년기가 지난 열 살 이후 포획된 것으로 알려졌고, 포획된 장소가 확실하다는 점 때문에 방류의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하지만 퍼시픽 리솜에 확인한 결과 포획 당시 미성년인 5~6세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수족관 생활이 너무 길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대두됐다.
방류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과 동물단체들은 방류 조건으로 충분한 적응 훈련, 추적 가능한 위성장치를 통한 모니터링, 야생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재포획 준비를 제시했다.
문제는 방류 조건을 맞추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 있다. 방류 주체인 퍼시픽 리솜은 재포획 의지가 없다. 더욱이 이들은 태풍이 오는 7월 말 이전으로 방류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의지에 관계없이 정부나 다른 단체가 나선다 해도 재포획 성공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양동물 전문 수의사는 "사육시설에서 자발적으로 오지 않는 돌고래를 잡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며 "바다에서 돌고래를 포획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국내 관련 전문가도 없다"고 설명했다.
방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좁은 수조를 벗어나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돌고래는 매우 지능이 뛰어나며 자의식이 있다. 야생에서의 삶을 자유롭게 느낄지, 죽음에 이르는 공포를 느낄지 우리는 알 수 없다.
2017년 제주에 방류한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는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야생적응훈련 기간 건강상태나 활어사냥 능력 등에 문제가 없었지만 결국은 실패했다. 위치추적장치 미부착, 방류지 선정 등이 원인으로 추측만 될 뿐이다. 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방류 결정은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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