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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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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두고 여기저기서 '일꾼'이란 말이 나온다. 일꾼에서 '꾼'은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잘하는 사람을 이를 때 붙는 말이다. 일꾼은 단순히 삯을 받고 남의 일을 해 주는 사람에 머무는 말이 아니다. 특정한 일을 맡아서 할 사람으로, 일의 계획이나 처리를 아주 잘하는 전문가이다. 여기서 적재적소, 즉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쓴다는 것은 처리할 일의 성격을 잘 아는 데서 출발할 일이다.
과거에 직업을 이르는 '꾼'은 어디에 쓰였을까? 농사 짓는 '농사꾼', 나무하는 '나무꾼' 등 널리 알려진 말 외에도, 이런 직업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흔적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 '보발꾼'은 걸어서 급한 공문을 전하는 일을 맡은 사람이고, '파발꾼'은 공문을 가지고 역참 사이를 오가던 사람이다. '파수꾼'은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업어서 내를 건네주는 '월천꾼'이 있고, 가마를 메는 '교꾼', 꿩 사냥에서 나무를 떨거나 소리를 질러 꿩을 날리는 '털이꾼'이 있다. '바심꾼'은 곡식을 타작하는 일꾼이다. 조처럼 알이 작은 곡식을 타작하는 '조바심'에서는 말 그대로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었으리라.
조금 다른 의미인 '꾼'도 있다. '천석꾼, 만석꾼'은 곡식 만 섬가량을 거두어들일 만한 논밭을 가진 큰 부자를 이르는 말이다. 여러 재간을 지닌 사람은 '재간꾼'이다. 전문가라는 '꾼'의 기본 뜻에서 볼 때 부러움이 잔뜩 담긴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한편, '꾼'은 어떤 일에 능숙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도 많이 쓰였다. '짐질꾼'은 짐을 지어 나르는 일을 하는 사람을, '짐밀이꾼, 뒷밀이꾼'처럼 수레의 뒤를 밀어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이른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과연 진심이었을까?
현대 사회는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심지어 앞으로 올 변화가 지금까지의 변화보다 더 클 것이라는 예측에 두려움마저 든다. 한 예로, 인터넷 사용자가 홈페이지나 어플을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디자인하는 'UX 디자이너'가 있다. 그 꿈을 말하는 자녀에게 부모는 그것이 직업이냐고 되묻는다는 기사를 봤다. 새롭게 등장한 직업에 조언은커녕 꿈도 이해하기 바쁜 현실이다.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지금, 더 이상 '그때의 꾼'에 사로잡힐 일이 아니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적재적소의 꾼'인지를 볼 날이 눈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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