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성차별 시정제도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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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3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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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5월 25일부터 5월 31일은 남녀고용평등 강조기간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이 1988년 4월 처음 시행된 후 고용노동부는 2001년부터 2012년까지는 4월 첫째 주를, 이후부터는 5월 마지막 주를 남녀고용평등 강조주간으로 정하고 남녀고용평등 의식의 확산을 위해 다양한 기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고용률이 58.6%로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하는 등 성평등 수준이나 의식은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후 비약적으로 개선돼 왔다. 그러나 여성고용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58.9%)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경력을 많이 쌓게 되는 30~40대 여성 고용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한국은 2018년에 인구 5,000만 명 이상이면서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이른바 '30-50 클럽'에 진입했는데, 2019년 한국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30-50 클럽 중 한국은 여성 고용률과 35~44세 여성 고용률이 가장 낮은 나라다. 고용상 성평등의 관점에서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남녀고용평등법에 고용상 성차별을 구제할 수 있는 제도가 이달 19일부터 새로 도입됐다. 채용과 근로조건 등에서 성차별을 당한 근로자, 성희롱 피해를 당했지만 사업주의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불리한 대우를 받은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할 수 있는 제도다. 노동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법을 위반한 사업주에게 차별적 행위 중지, 근로조건 개선, 적정 배상 등의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그간 노동위원회는 고용차별시정 업무 중 비정규직 차별 문제만 담당해왔는데 성차별까지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고용상 성차별 구제제도가 도입된다고 당장 차별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차별금지 법제가 높은 수준으로 발전한 해외 국가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는 물론 노동계와 경영계 등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을 통해 인식과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노동위원회가 성차별 시정업무를 담당해 시정명령의 법적 강제력을 확보하게 된 것은 일터에서의 성평등 실현을 위한 뜻깊은 출발이 될 것이다. 노동위원회는 노동분쟁 해결을 담당하는 중심 기관의 위상을 갖고 있는 만큼 정부가 고용성차별을 중요한 노동문제의 하나로 다루게 됐다는 의미 또한 부여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최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도 '양성평등 일자리 구현'이 포함돼 있다. 고용성차별 사건을 제대로 구제하는 것은 앞으로 발생할 성차별을 예방해 양성평등 일자리를 구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새로 도입되는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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