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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납, 도피처, 단죄"... 이번 지방선거도 '정책 대결' 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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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문이 열리자마자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상생의 말 대신 ‘성상납’ ‘도피처’ ‘단죄’ 등 파괴의 언어만 선거판을 가득 메웠다. 13일 앞으로 다가온 6ㆍ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얘기다.
19일 공식 선거운동 첫날, 여야는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며 또 한번의 ‘네거티브 선거’ 시작을 알렸다. 지역 현안과 민생 이슈는 온데간데없고, 선거철이면 으레 등장하는 ‘정책 승부’마저 실종됐다. 누가 더 자극적인 말로 상대를 깎아내리는지, 그래서 우리 편을 몇 명이나 더 끌어들일지, 벌써부터 ‘세 대결’ 선거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당장 선거 지휘부부터 전국 단위 선거에 어울리지 않은 성상납을 주제로 설전을 벌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본인 성상납 의혹에 먼저 해명을 해야 한다”며 “민주당에 성상납 의혹이 있었으면 당이 해체됐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K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성상납 사건은 대표직을 사임해야 할 정도로 중대 사안”이라며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데 굉장히 문제의식을 많이 느낀다”고 거들었다. 박완주 의원과 보좌진 성폭력 의혹으로 수세에 몰렸던 ‘반성 모드’에서 벗어나, 똑같은 이슈를 고리 삼아 공세로 전환하려는 노림수가 역력했다.
국민의힘이 잠자코 있을 리 없었다. 김기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곧장 이 위원장을 물고 늘어졌다. 그는 YTN라디오에서 “본인 스스로 총각 사칭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아들은 성매매 의혹에 연루됐다” 등 가족사를 들춰내며 "이 위원장은 성상납 얘기를 꺼낼 자격이 없다"고 받아쳤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 위원장이 인천으로 도피해 왔다”며 ‘단죄’를 입에 올렸다.
다른 논쟁 사안 역시 소모적이긴 마찬가지다. 장예찬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년소통 태스크포스(TF) 단장은 이 위원장 측이 선거 현수막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멀쩡한 가로수를 가지치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무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며 이 위원장을 겨냥했다. 이 위원장 측은 즉각 “이미 2월에 진행된 도시바람길숲 조성사업의 일환”이라며 장 단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민생과 거리가 먼 사안에 의혹부터 제기한 뒤 거세게 충돌하고 결국 법적 처벌로 치닫는, 전형적 네거티브 공방 공식이다.
열성 지지자들도 편가르기 선거를 거든다. 이 대표는 이 위원장이 신발을 신고 벤치에 올라가 유세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는데, 사과는 정작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했다.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벤치 유세 사진에 맞서, 이 위원장 지지자들이 김 후보의 벤치 유세 사진을 찾아 올리며 반격한 것이다.
또 선거가 열리면 뭔가를 해보겠다는, 각당의 차별화한 정책들을 나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선 상대 헐뜯기에 골몰하느라 눈에 띄는 메시지가 아예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정책 대결보다 ‘집토끼 챙기기’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선거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 여권 관계자는 “중도층과 부동층 유권자의 표심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한 대선과 달리, 지방선거는 세 대결의 성격이 더 짙다”며 “어느 정당이건 선명한 네거티브 공격이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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