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우승한 K팝 가수 알렉사 "아직도 실감 안 나고 꿈만 같아"

입력
2022.05.20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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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NBC 음악 경연 프로그램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가수 알렉사가 19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활짝 웃고 있다. 뉴스1

미국 NBC 음악 경연 프로그램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가수 알렉사가 19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활짝 웃고 있다. 뉴스1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나요. 꿈만 같고 현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네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의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최종 경연에서 우승을 차지한 가수 알렉사(26·본명 알렉산드라 크리스틴 슈나이더만·한국명 김세리)는 여전히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이었다. 우승 후 미국 현지 프로모션 활동을 이어가다 19일 오전 귀국한 그는 이날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에서 K팝은 아직 새로운 장르인데 저의 무대를 통해 K팝을 대중에게 더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국내 활동을 준비 중인데 다양한 모습의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미국에서도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유로비전송 콘테스트의 미국판으로 올해 처음 열린 NBC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에선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 미국령 5개 지역을 대표하는 가수 56명이 지난 9일까지 8주간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알렉사는 오클라호마주를 대표해서 출전했다. 경쟁자 중 유일한 K팝 가수였다. 그는 “유일한 K팝 아티스트로서 저만 보여드릴 수 있는 강렬한 퍼포먼스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에선 과거 인기 가수였던 마이클 볼턴, 주얼, 시스코, 메이시 그레이 등도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신예 알렉사에게 무릎을 꿇었다. 알렉사는 9일(현지시간) 마지막 최종 경연에서 빼어난 가창력과 힘이 넘치는 안무, 강렬하고 화려한 미술,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극적인 연출로 ‘원더랜드’를 소화해내 극찬을 받았다. 특히 계단 위에 올라 뒤로 떨어지며 무대에서 사라지는 연출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소속사 김준홍 지비레이블 대표는 “1차 무대에선 알렉사가 웜홀로 빠지는 느낌을 표현했고 2차는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며 3차는 알렉사가 퀸이 된 모습, 최종 무대에선 여왕 알렉사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려 했다”며 “지비레이블 팀과 현지 안무 창작 팀이 머리를 맞대고 스토리라인을 짰다”고 설명했다.

알렉사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K컬처’가 만나 탄생한 K팝 가수다. 어머니는 50여년 전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돼 미국인 가정에서 자랐고, 아버지는 러시아계 미국인이다. “평생 서양인 가정에서 자라 스스로를 완전히 서양인이나 미국인이라고 생각했다”는 어머니에게서 자랐으니 알렉사 역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거의 없는 미국인으로 자란 셈이다.

알렉사의 이번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우승은 K팝에 빠진 미국 소녀가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해 다시 미국 음악경연 대회에서 최고상을 차지한 첫 사례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내가 좀 더 유명해지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TV에 나온 나를 보고 우리 손녀딸이 아닌가 하고 연락이 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건 11세 때 학교 수업 과제를 받고 친구의 제안으로 슈퍼주니어에 관한 프로젝트를 준비했던 일이었다. 수줍은 소녀였던 알렉사는 그때 K팝에 눈을 떴고 이후 소셜미디어에 K팝 커버 댄스 영상을 올리면서 K팝 스타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2017년 미국에서 열린 K팝 오디션 프로그램 ‘라이징 레전드 시즌2’에서 우승한 데 이어 이듬해 엠넷 ‘프로듀스 48’에 출연했고 1년여의 연습생 과정을 거쳐 2019년 정식 데뷔했다. 그는 K팝의 매력에 대해 “노래와 춤 같은 퍼포먼스도 있지만 무대 세트나 의상, 헤어, 메이크업까지 아주 많은 요소가 들어가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롤모델로 포미닛의 현아, 샤이니의 태민을 꼽았다.

알렉사는 15일 열린 미국 빌보드뮤직어워즈에 초청받으며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그는 "해외 가수 중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 1순위가 도자 캣이었는데 빌보드뮤직어워즈에서 실제로 보니 꿈만 같았다"며 해맑게 웃었다.

K팝과 미국 팝의 경계는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알렉사의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우승이 그 증거다. 그는 “음악에서 언어는 중요하지 않다”며 “사람들이 K팝인지 아닌지 장르를 생각하지 않고 즐기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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