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공항 채울 초대형 구조물, 걷는 속도로 동해 대장정

입력
2022.05.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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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영일만서 제작 최대 1.6만톤
시속 4㎞로 예인 52시간 이상 걸려
해경 경비함정 투입...안전 확보 나서

울릉공항 활주로 기초석으로 투입되는 대형 구조물 케이슨이 19일 경북 포항 영일만항에서 예인선에 끌려 울릉도로 운반되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울릉공항 활주로 기초석으로 투입되는 대형 구조물 케이슨이 19일 경북 포항 영일만항에서 예인선에 끌려 울릉도로 운반되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경북 울릉공항의 활주로 기초석으로 투입될 대형 구조물 케이슨(caisson)이 포항을 출발해 동해를 가로질러 울릉도까지 가는 느리고 긴 여정을 시작했다.

19일 울릉군 등에 따르면 울릉공항 시공사인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이날 오후 2시쯤 케이슨을 포항시 영일만항에서 울릉도로 운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케이슨은 수중 구조물이나 기초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상자 또는 원통 모양의 구조물로, 시멘트와 철근으로 만들어진다. 울릉공항의 활주로에 기초석으로도 투입된다. 개당 길이가 약 32m, 너비 19.95~32m, 높이는 18~27.5m에 달한다. 무게만 해도 가장 작은 게 8,598톤이고, 가장 큰 것은 1만6,411톤이다. 울릉공항 케이슨은 총 30개가 제작되며, 총 길이 1,200m, 폭 36m의 공항 활주로 바닥을 구성한다. 이날 첫 항해에 오른 케이슨은 무게 8,598톤짜리다.

케이슨은 개당 크기가 도심 대형 건물과 맞먹을 만큼 육중해 운반 과정도 만만치 않다. 케이슨 제작지인 포항에서 최종 목적지인 울릉까지 거리는 210㎞. 예인선으로 시속 4㎞, 어른이 산책하는 속도로 끌어야 한다. 또 해상 파고가 1.5m 이하로 최소 5일간 유지돼야 이송할 수 있다. 이러한 까다로운 기상조건 탓에 시공사인 DL이앤씨는 올 초 기상 전문가까지 채용해 운반 시점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울릉공항이 들어설 울릉읍 사동리 울릉항 전경. 김정혜 기자

경북 울릉공항이 들어설 울릉읍 사동리 울릉항 전경. 김정혜 기자

케이슨은 울릉도까지 쉬지 않고 끌고 가도 52시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 이날 포항 영일만항을 떠난 첫 운송분은 21일 오후 6시쯤 건설 예정지에 당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슨 첫 운송에는 해경도 나섰다. 포항해경은 종합상황과 경비함정 감시를 통해 운반 관계자를 대상으로 안전 작업과 사고 예방을 당부했다. 또 포항~울릉간 여객선과 주변 선박에도 주의를 요청했다.

김형민(왼쪽) 경북 포항해양경찰서장이 19일 포항 영일만항 앞 바다 위에서 울릉도로 향하는 활주로 기초석 '케이슨'의 운반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김형민(왼쪽) 경북 포항해양경찰서장이 19일 포항 영일만항 앞 바다 위에서 울릉도로 향하는 활주로 기초석 '케이슨'의 운반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케이슨이 울릉도에 도착하면 상황에 따라 곧바로 투하되거나 항만 근처에 임시로 거치됐다가 투하된다. 울릉도 한 주민은 “울릉도 역사를 새로 쓸 울릉공항의 주춧돌이 곧 도착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며 “첫 운송이 별탈 없이 마무리돼 39년 숙원 사업인 공항 건설도 차질 없이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울릉공항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울릉읍 사동리 울릉항에 들어선다. 원래 2020년 준공할 예정이었지만, 활주로 건설에 투입될 가두봉의 암석 강도가 기준에 못 미쳐 케이슨 제작으로 일부 공정이 바뀌고 비용도 20%이상 증액되면서 완공 시점이 미뤄졌다.

포항=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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