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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안 주는 '나쁜 부모' 신상 공개 '배드파더스'...이름 바꾸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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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해 생계가 어려운 한부모들에게 양육비를 먼저 주기로 했던 공약은 사실상 파기됐어요. 새 정부에 큰 기대를 해선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배드파더스 활동을 다시 시작한 거예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나쁜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의 대표 활동가 구본창(59)씨는 1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허탈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유튜브 '59초 쇼츠 영상'으로 공약했던 '양육비 선지급제'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국가가 한부모에게 양육비를 먼저 지급하고, 그 비용을 나쁜 부모에게 청구하는 제도다.
해당 영상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당시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피해자들은 당장 생활비가 없으니 정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고, 정부가 미지급 부모에게 돈을 받아내자"며 양육비 선지급제를 윤 대통령에게 제안했고, 윤 대통령은 "좋아 빠르게 가!"라며 화답했다. 그러나 정작 인수위가 발표한 110개 국정과제에서 양육비 선지급제는 찾을 수 없었다.
구씨는 "인수위 국정과제 발표에서 정책이 빠졌다는 건 사실상 공약 파기"라며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개편해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배드파더스 시즌3'다.
앞서 지난해 7월 국회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 이행법)'을 통과시키면서 배드파더스는 같은 해 10월 운영을 종료했다. 나쁜 부모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기면서 목표를 이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름답게 퇴장하는 줄로만 알았던 배드파더스는 2월 갑자기 시즌2 '양육비 안 주는 사람들(양안들)'로 돌아왔고, 15일에는 시즌3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양해들)'로 이름을 바꿔 새롭게 출발했다.
배드파더스가 시즌3로 오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배드파더스는 구씨를 비롯해 여성 단체·양육비 관련 단체에서 일하던 활동가들이 4년 전인 2018년 7월 함께 만든 사이트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들의 얼굴, 이름, 나이, 거주지, 출신 학교 등 신상 정보를 볼 수 있다. 당시 양육비 미지급자를 처벌할 법 조항이 없었던 탓에, 배드파더스가 나쁜 부모들의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해 개인 정보 공개라는 압박 카드를 쓴 것이다.
배드파더스는 지금까지 '신상 공개'를 통해 약 220건, '사전 통보'를 통해 약 700건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됐다. 사전 통보란 배드파더스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제보받은 뒤 미지급자에게 접근해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를 말한다. 구씨는 "미지급자에게 '당신이 양육비를 미지급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으니, 사실이 아니라면 근거를 보내달라. 만약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양육자에게 연락해서 해결하라'고 알린다"며 "사전 통보하고 1주일을 기다리고 그 이후에도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신상을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신상 공개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는 구씨가 제안했다. 구씨는 2016년 필리핀에서 한국인 아버지를 둔 필리핀 아이들 '코피노'를 돕는 일을 했었는데, 당시 활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그는 코피노 지원 단체 'WLK(We Love Kopino)'를 세우고, 코피노 아빠를 찾는 '코피노 아빠(KOPINOFATHER)'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해당 사이트에 양육비를 주지 않은 채 한국으로 떠난 코피노 아빠들의 신상을 올리고 이들을 찾아낸 경험이 있다.
구씨는 "코피노 아빠들이 필리핀에서 애를 낳고 살다가 한국으로 도망가서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홈페이지에 약 80명 코피노 아빠들 사진과 이름을 올려 68명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걸 보면서 국내 양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 코피노 아빠 사이트에서 했던 것처럼 신상 공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에서 코피노 아빠를 찾으며 쌓은 노하우를, 국내에서 나쁜 부모를 찾는 데 활용한 것이다.
배드파더스의 성과는 신상을 공개해 나쁜 부모를 찾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배드파더스 활동으로 인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지난해 7월 양육비 이행법이 개정된 것도 성과 중 하나였다. 개정안은 미지급자에게 제재를 가해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양육비 미지급자는 ①명단 공개 ②운전면허 정지 100일 ③출입국 금지 6개월 ④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의 형사처벌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구씨는 "이전에는 숨죽이고 있던 양육비 피해자들이 배드파더스로 인해 목소리를 내게 됐다"며 "이들이 시민단체를 만들고 양육비 이행법 개정을 촉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법 개정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배드파더스가 있기 전에는 양육비는 아이들의 생존권과 관련이 있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면서 "사이트가 생긴 후 양육비는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것이라는 여론이 생겼고 사회 문제로도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법이 제정되면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 배드파더스는 지난해 10월 공개적으로 활동 종료를 알렸다. 구씨는 "(법 개정안에 따르면) 여성가족부가 직접 신상을 공개하기로 되어 있어서 배드파더스가 굳이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드파더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구씨는 신상이 공개된 나쁜 부모들에게 고소를 당하거나 협박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28회 이상 당했다"며 "경찰 조사를 자주 받다보니까 일상 생활이 힘들다"고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신상 공개된 사람들이 살해 협박까지 한다"고 털어놨다.
구씨는 28건의 고소 중 명예훼손 혐의 6건에 대해서는 2020년 1월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12월 열린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 원 선고를 유예하는 유죄 판결을 받아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그 외의 혐의는 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기소유예·혐의없음 처분을 했거나,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했다. 구씨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는 것이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위협하는 도구로 잘못 이용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드파더스를 운영하면서 고소와 협박에 시달렸던 구씨는 배드파더스가 문을 닫은 지 4개월 만에 다시 등장했다. 지난해 양육비 이행법이 개정되면서 목표를 이루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줄만 알았던 배드파더스가 2월 '양육비 안 주는 사람들(양안들)'로 돌아온 것이다. 양육비 이행법에 따라 미지급자를 처벌하는 절차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직접 미지급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한부모들이 나쁜 부모를 상대로 법원에 감치 소송을 한 뒤 판결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양육비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한부모들은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데, 소송 절차가 오래 걸리고 나쁜 부모들이 '꼼수'를 쓰는 경우가 많아 소송 자체가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구씨는 "미지급자가 처벌받게 하려면 결국 감치명령소송을 해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하려면 최소 2년이 걸린다"며 "심지어 미지급자가 위장전입을 하거나 주소불명으로 숨어 버리는 경우나 고의로 소장을 받지 않는 경우에는 소송 자체가 진행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랜 시간 소송을 통해 감치 판결을 받아 냈다고 하더라도, 그 수위는 배드파더스의 신상 공개에 비해 약하다는 게 구씨의 판단이다. 그는 "여가부가 신상 공개를 할 때 얼굴 사진을 빼고 이름과 나이를 공개하고, 주소도 도로명 주소로 공개하는 탓에 효과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도로명 주소에 동명이인이 있을 경우 나쁜 부모가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얼굴 공개 없는 신상 공개를 그들이 두려워 하겠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배드파더스가 운영 중일 때는 양육비를 주다가 사이트가 없어지고 나니 다시 양육비를 주지 않는 사례가 많이 생겼다"며 "여가부 신상 공개가 그들에게 압박이 전혀 안 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소송에 휘말려 피곤해지는 상황이 싫어서 다시는 하기 싫었다"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양안들) 운영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나쁜 부모들을 처벌하기 위한 소송 기간이 길고 심지어 일부 나쁜 부모들은 각종 꼼수로 소송을 회피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기간 유튜브 쇼츠 영상을 통해 양육비 선지급제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 공약은 인수위 국정과제에서 빠졌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품었던 구씨는 큰 실망을 했고, 가장 먼저 간판을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양해들)'로 갈아 끼웠다. 배드파더스를 시즌2 이름(양육비 안 주는 사람들)으로 이어갈 경우, 활동 과정에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구씨는 "앞으로 나쁜 부모들의 집이나 직장 앞에서 1인 피케팅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라고 본다"며 "피켓에 '양육비 안 주는 사람들'이라고 써 있으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양육비 이행법에 따른 여가부의 신상 공개 수위가 배드파더스보다 약하기 때문에, 나쁜 부모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고, 그에 대한 맞대응으로 피켓 시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그 과정에서 항의를 하는 한부모들이 되레 양육비를 안 주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어 "시즌3 양해들에서는 나쁜 부모 신상 공개와 더불어, 양육비 피해자들이 양육비 소송을 전문적으로 하는 실력 있는 변호사들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도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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