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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선악의 눈으로 보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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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원장 금감원장 법조인 하마평
경제·금융을 검찰의 눈으로 보는 건 위험
시장은 '자유'와 경제관점이 우선돼야
윤석열 대통령의 첫 인사를 두고 '검찰공화국' 논란이 이어지지만, 지금까지 정도라면 괜찮다고 본다. 한동훈 법무장관과 대통령실 몇몇 비서관들이 워낙 눈에 띄어서 그렇지, 주요직에 임명된 검찰 출신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도 아니다.
늘 코드인사를 비판하지만, 솔직히 안 그랬던 정권이 있었을까. 말이 좋아 탕평인사이지, 잘 모르는 사람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을 중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중요 직책일수록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 능력과 성향, 됨됨이를 잘 알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의중을 잘 아는 사람을 앉힐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 연을 맺은 '윤핵관' 말고, 윤 대통령에게 오랜 측근은 당연히 검사, 수사관들일 테니 핵심 포스트에는 자신이 잘 알고 또 자신을 잘 아는 그들을 임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86그룹과 시민단체 출신 등 '친문'들을 중용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버지 시대 사람들과 '문고리' 등에 의존했던 것처럼 말이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협치를 외친 바로 다음날, 한동훈 장관 임명을 강행한 건 부적절했다. 야당을 더 설득했어야 했다. 다만 법무부가 중요하고 그 수장에 한동훈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면, 그를 지킨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얘기하긴 어렵다. 그를 버렸어도 어차피 법무장관은 또 다른 검찰 측근이 임명됐을 것이다.
검찰 출신의 복두규 인사비서관과 윤재순 총무비서관도 그렇다. 어느 조직이든 인사와 총무는 측근의 자리다. 국정철학에 부합하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 인사비서관은 대통령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맡는 게 맞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살림을 맡는 '금고지기'이자 '집사'다. 문 전 대통령은 예외적으로 경제관료를 임명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이재만, 이명박 정부의 김백준, 노무현 정부의 정상문 등 역대 정권마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 최측근들이 차지했다. 윤 총무비서관의 성인지 수준이 매우 유감스럽지만, 그 개인을 떠나 검찰 출신 측근을 앉힌 걸 부적절하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여기까지여야 한다. 검찰 출신 측근들은 법무의 영역, 집사의 자리에 머물러야 한다. 그 선을 넘어 더 나가면 결국 검찰공화국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금융감독원장에 검사 출신, 공정거래위원장엔 판사 출신이 거론된다. 두 기관 모두 시장질서 확립과 소비자보호가 목적이고, 꽤 강력한 조사권과 제재권을 갖고 있다. 그래서 경제검찰, 금융검찰로도 불린다. 준사법적 기관이다 보니, 검사 혹은 법조인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경제는, 또 금융은, 검찰의 방식과 사법의 논리로 접근하면 곤란한 영역이다. 일반 사회라면 '나쁜 X'는 수사를 통해 골라내고, 구속과 형사처벌을 통해 격리시키는 게 최선이다. 무섭고 엄하고 강하게 밀어붙일수록 나쁜 X들은 사라져, 보통시민들의 세상은 깨끗해진다. 하지만 시장은 척결과 발본색원을 향해 밀고 갈 경우, 나쁜 X들만 잡지는 않는다. 전체 경제활동이 위축돼 선의의 시장 참여자들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 형사의 영역처럼 흑과 백, 선과 악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게 경제이고 금융이다. 공정위에 전속고발권을 뒀던 이유, 두 기관이 통상적 위법행위에 대해 무조건 형사고발하지 않고 징계로 끝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사 출신이 기관장에 임명된다고 해서, 그렇게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관료 출신, 경제전공 교수들만이 적임이란 뜻도 아니다. 법조인 출신이 맡을 때의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선악을 가르는 검찰의 시선으로 시장을 보는 건 위험하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 말처럼 경제는 '자유'가 먼저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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