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김정은의 위험한 '정치방역'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북한의 코로나19 감염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방역 전문가들은 향후 상황에 부정적인데 그 속도로 볼 때 6월 중순 감염 피크(정점)가 온다고 내다본다. 한 달 안에 주민 절반이 확진된다는 예측까지 한다.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세미나에선 사망자만 3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미뤄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짐작한다. 코로나 사태에서 승리한 위대한 지도자로 선전할 기회란 계산도 없이 전면에 나서진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 정부의 백신지원 제안 통지문조차 수령하지 않는 북한 셈법으론 그럴 여지가 충분하다. 인력을 대거 동원해 한꺼번에 발열자를 찾아내고 있어 3, 4주 내에 진정될 것이란 관측도 뒤따라 나온다. 위기를 무사히 지나면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처럼 코로나 전쟁 승리를 선언할 것이다. 하지만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국회 마지막 증언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가장 큰 어려움은 불확실성이었다”고 한 말은 북한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외부 지원도 거부한 채 문 걸어 잠그고 민간요법 치료만 하면 된다는 낙관은 근거 부족한 정치방역이다.
□ 무엇보다 심각한 시나리오는 변이 바이러스 발생 가능성이다. 시 주석이 승리 선언 2년도 안 돼 다시 지역봉쇄를 단행한 건 좋은 예다. 오미크론은 그나마 치명률이 낮지만 센 변이가 일어나면 북한 의료 현실에선 예측불허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새 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며, 북한을 겨냥한 이유다. 강력한 변이인 델타와 오미크론도 방역이 허술한 인도, 보츠와나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그보다 큰 우려는 코로나 이후 상황이다.
□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뒤 주체사상에서 선군사상으로 통치이념을 바꿔 주민통제를 강화했다. 그러잖아도 주민, 특히 청년들의 사상이완을 고민해온 북한 권력에 코로나는 정치적 호기일 수밖에 없다. 북한이 공유하겠다는 중국 방역 노하우는 결국 감시와 통제 기술이다.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 방역 문제는 코로나 터널이 아주 길다는 데 있다. 연일 부하들 다그치는 김 위원장 얼굴만 보여준다고 해서 위기가 사라지진 않는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