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부활한 '여의도 저승사자'... 검찰 증권범죄합수단은 어떤 곳?

입력
2022.05.18 17:30
수정
2022.05.18 18:21
구독

①"주가조작 근절" 박근혜 정부 때 신설
②추미애, 직접 수사부서 줄이며 폐지
"폐지 후 라임·옵티머스 등 잇따라"
③비판 일자 박범계, '협력단' 신설
④한동훈 취임 직후 합수단 재출범

서울남부지검은 18일 기존 금융·증권 범죄 수사협력단 체제를 개편해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을 새롭게 출범한다고 밝혔다. 전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식에서 합수단 부활을 공표한 직후 나온 조치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양천구 신월로 서울남부지검 청사. 뉴스1

서울남부지검은 18일 기존 금융·증권 범죄 수사협력단 체제를 개편해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을 새롭게 출범한다고 밝혔다. 전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식에서 합수단 부활을 공표한 직후 나온 조치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양천구 신월로 서울남부지검 청사.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언급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18일 부활했습니다. 한 장관은 전날 오후 취임식에서 "국민이 안심하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합수단을 다시 출범시키는 것으로 그 첫발을 떼겠다"고 밝혔죠.

합수단은 2013년 5월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졌습니다. "주가조작 근절"을 강조했던 당시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죠. '합동수사'라는 명칭답게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관련 기관의 파견 인력이 배치돼 함께 근무하는 형태였는데요. 출범 직후 7개월 동안 126명을 재판에 넘기고 240억원의 불법수익을 환수하는 성과도 냅니다. 이에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별칭이 붙습니다.

합수단은 당초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됐으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듬해 2월 서울남부지검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여의도 증권가가 서울남부지검의 관할이기 때문이죠.

합수단이 폐지된 것은 2020년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였습니다. '검찰개혁'의 바람을 타고 임명된 추 전 장관은 직접수사 부서를 줄이는 대신 형사부와 공판부를 강화하는 검찰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는데요. 이때 비직제 수사단인 합수단도 폐지 대상에 포함됩니다.

폐지 대상에 오른 부서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던 터라 당장 "수사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동시에 폐지될 부서들이 어떤 사건들을 맡고 있었나도 주목을 받았는데요. 합수단은 당시 제약회사 신라젠 사건을 수사중이었습니다.

신라젠 일부 임원들은 항암치료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 사실이 공시되기 전 회사 주식을 매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15년 펙사벡 기술설명회에서 축사한 일 때문에 그의 연루설도 나왔죠.



추미애가 폐지한 '합수단', 박범계 때 '협력단'으로 사실상 부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20년 10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 종합감사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20년 10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 종합감사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합수단 폐지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됩니다. "합수단이 사라진 이후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등 대형 금융 범죄가 잇따른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추 전 장관은 그해 10월 국회 종합 감사에서 "거액의 금융사건을 직접 수사하면서 검사, 검찰 수사관, 전관 변호사 등의 유착 논란이 계속됐다"며 합수단 폐지의 당위성을 내세웁니다.

그러나 바통을 이어받은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5월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협력단)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합수단을 되살리겠다는 방침을 정합니다. 이에 "법무부가 무리한 폐지였음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죠.

추 전 장관은 당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데요. 앞서 주장했던 합수단과 경제사범 간의 유착 의혹을 강조하는 한편, "한 걸음 옮겨 놓은 개혁마저도 도로 뒷걸음질해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음을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로부터 4개월 후 출범한 협력단은 검사들이 직접 수사는 할 수 없고 수사 지휘, 기소, 공소 유지 업무만 담당하게 하는데요.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합수단의 부활로 보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합수단 부활한 날, 박주민 "김건희 '도이치모터스'부터 수사하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 참석을 위해 법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 참석을 위해 법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합수단은 2년 4개월 만에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 이름으로 이날 재출범합니다. 증권·금융업계에서는 정·관계 연루 의혹이 불거졌으나 금융 범죄로 일단락된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재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부 나온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건희 여사 연루설이 제기되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합수단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합수단의 1호 사건은 지난 2년간 제대로 된 수사 없이 질질 끌어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돼야 한다"며 "합수단의 진정성을 보이기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주영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