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폐경 호르몬 치료하면 유방암 걸린다는 말 사실일까?"

입력
2022.05.17 22:39
수정
2022.05.17 22:50
구독

[전문의 건강 칼럼] 김성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여성은 평균 50세에 폐경과 노화가 동시에 진행한다. 생물학적으로 남성보다 노화에 더 취약하다. 폐경기 몸과 상태를 잘 이해하고 의학의 도움을 받아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이 능동적인 노년기 삶의 밑거름이 된다.

특히 폐경 호르몬 치료는 폐경 증상 호전에 도움될 뿐만 아니라 골밀도를 높여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최근 치료 효과를 인정받아 골다공증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또한 호르몬제를 사용한 여성에게서 직장암, 대장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이 밖에 폐경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낮아지며 사망률도 떨어진다.

◇생리가 12개월 이상 없을 때

폐경은 난소에서 여성호르몬 분비 능력이 저하되는 과정이다. 생리한지 12개월이 지났을 때를 말한다.

자궁 적출 수술을 받았으면 생리가 생기지 않으므로 혈액검사로 알아낸다. 그러나 혈액검사를 한다고 해서 폐경 시기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여성의 평균 폐경 나이는 50세로, 일반적으로 45~55세다. 폐경되기 전 기간을 ‘폐경 이행기’라고 한다. 생리 주기 변동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마지막 생리 직전까지 기간을 말한다. 개인에 따라 지속 기간이 다양하다.

폐경 증상은 반드시 폐경 후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폐경 이행기에는 생리 주기가 바뀌는데, 초반에는 주기가 짧아지거나 생리량이 줄고 주기가 불규칙해진다.

안면홍조, 식은땀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피로, 가슴 두근거림, 감정 기복 변화, 수면장애, 관절통, 비뇨생식계 위축, 빈뇨, 성욕 감퇴, 피부 건조 등도 나타난다.

이 가운데 혈관 운동 증상은 마지막 생리일로부터 1~2년 이내 가장 심하다. 평균 4~5년 동안 나타나며, 12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10% 정도로 보고되고 있어 일상생활이 불편하면 참지 말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폐경 전이라도 증상 나타나면

많은 사람들이 폐경된 뒤에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여기고 있지만 중상은 폐경 이행기부터 나타날 수 있기에 폐경되지 않았더라도 증상이 생기면 치료하는 것이 좋다.

이 시기에도 배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피임까지 염두에 두고 저용량 복합 경구 피임제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저용량 복합 경구 피임제는 피임뿐만 아니라 열성 홍조 증상을 완화하고 부정 출혈, 생리량 조절 등에 유용하게 쓰인다. 다만 비만, 흡연, 고혈압, 기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인자가 없는지 살펴보고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호르몬 치료 용량을 정하는 기본 원칙은 효과가 나타나는 최소 용량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필요한 여성호르몬 용량과 개개인 반응이 다르기에 필요에 따라 용량을 증감시킬 수 있고, 한 번에 맞는 적절한 약제를 찾지 못할 수 있기에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호르몬 요법은 어떤 게 있나

에스트로겐은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으로 폐경 후 나타나는 대부분의 증상은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발생한다. 그러므로 에스트로겐을 투여해 증상을 완화한다. 자궁 내막을 증식시켜 자궁내막증식증이나 자궁내막암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프로게스테론 제제를 반드시 함께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자궁 적출 수술을 받아 자궁이 없더라도 전에 자궁내막증이나 자궁선근종 등을 앓았다면 프로게스테론 제제를 같이 사용해야 한다. 기존에 프로게스테론 함유 자궁 내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면 사용 기간이 남아 있으면 그대로 유지하면서 에스트로겐만 추가하는 걸 고려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경구 제제를 사용하지만, 에스트로겐의 경우 젤 타입의 경피 제제도 가능한데, 비뇨생식계 위축 증상을 개선하는 목적으로 질정을 사용하기도 한다. 에스트로겐 및 프로게스테론 제제도 다양하므로 자신에게 맞는 호르몬 제제를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경 호르몬 치료 부작용은?

진료실을 찾는 많은 환자가 “호르몬 치료를 하면 유방암에 걸린다면서요?”라고 묻는다.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20년 전에 시행된 WHI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에스트로겐 단독 치료의 경우 유방암 발병이 늘지 않았지만 프로게스테론을 추가하면 의미 있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 때에도 절대적인 위험도는 연간 1만 명당 9명꼴로 그리 높지 않다. 또한 기존에 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았던 여성은 유방암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도 폐경 이후 10년 이내 혹은 60세 이전이 좋다. 따라서 호르몬 치료를 너무 늦게 시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폐경 호르몬 치료를 받지 말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질 출혈(악성 종양을 배제할 수 없기에), 에스트로겐 의존성 악성 종양, 유방암, 활동성 혈전색전증, 활동성 간 질환, 담낭 질환을 앓고 있다면 호르몬 치료는 금물이다.

김성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성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