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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방역, 백신 협조해준 국민께 감사" K방역 사령관 물러난다

입력
2022.05.17 18:10
수정
2022.05.17 18: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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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질병청장에 백경란 교수 임명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실외 일부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방침에 대해 밝히고 있다. 뉴시스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실외 일부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방침에 대해 밝히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대유행 저지의 야전사령관이었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마침내 물러난다. 'K방역의 상징'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겸손하면서도 차분한 언행, 시간절약을 위해 짧게 자른 머리카락, 낡은 구두, 간단한 도시락 주문이 전부인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 일거수일투족이 화젯거리였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방역' 등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새 질병관리청장으로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를 임명함에 따라 정 청장은 이날 질병청을 떠났다. 그간 보여준 낮은 자세 그대로 별도의 이임식 없이 직원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청장 생활을 마무리했다. 정 청장은 간단한 이임사를 통해서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방역과 예방접종에 적극 참여해준 국민들께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그간 성과를 국민에게 돌렸다. 질병청 한 관계자는 "그저 방역과 보건 밖에 몰랐던 분"이라며 "부하 직원들이 많이 믿고 따른 청장으로, 많이들 아쉽고 섭섭해한다"고 말했다.

K방역 성과에 '세계 영향력 있는 100인' 선정도

지난달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방역 관계자 격려 오찬에서 정은경(오른쪽) 질병관리청장 등 참석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방역 관계자 격려 오찬에서 정은경(오른쪽) 질병관리청장 등 참석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1995년부터 질병관리본부에서 일한 정 청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정직 권고를 받았다. 메르스 사태에 대해 고위층은 책임지지 않고 일선 실무자들만 징계하려 든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면서 감봉으로 한단계 낮아졌다. 메르스 사태 당시 정 청장을 눈여겨봤던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그를 초대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2020년 코로나19 대확산이 시작되면서 정 청장은 바빠졌다. '3T(검사, 추적·격리, 치료) 전략'으로 확진자를 빠르게 찾아내 유행 확산을 억제했다. 2020년 9월 질병관리본부는 질병관리청으로 새 출발했고, 정 청장은 초대 본부장에 이어 초대 청장이 됐지만 임명장도 대통령이 찾아와 전달할 정도로 바쁘게 보냈다. 성공적인 억제전략 덕에 그해 영국 BBC방송이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한편에선 백신 도입 지연과 접종 이상 반응 문제를 두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델타 변이 유행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정치방역'이란 비판론도 나왔다.

정 청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 출석, 의원들로부터 '정치방역'과 '과학방역'에 대한 질문을 받자 "코로나 유행 초기에는 알고 있는 지식이 많지 않아 과학적 근거가 낮았다"며 "현재는 알려진 근거가 많아 체계적으로 방역할 수 있기 때문에 지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 판단이 들어가는 정책이라 그걸 과학방역과 정치방역으로 구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도 말했다.

후임 백경란, 코로나 초기 "외국인 입국 금지" 외쳤다

백경란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경란 사회복지문화분과 인수위원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임 백경란 교수는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1년 후배이자 안 위원장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의 동기다. 감염내과 전문의로 감염학회 이사장도 지냈으며, 인수위 사회복지분과위원회에서도 일했다. 이 때문에 새 정부 질병청장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다.

백 교수는 그간 질병청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해왔다. 코로나19 초기엔 '외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하기도 했고, 2020년 5월 이태원 클럽발 확산이 이어질 때 확진자가 크게 불어날 것이란 의견을 내놓으면서 국민 불안이 커지자 대한감염학회 측이 "본인 SNS에다 쓴 이사장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 때문으로 앞으로 방역정책은 지금까지와 상당히 결이 다를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질병청은 수장 교체에 말을 아끼면서도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질병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방역 정책이 어떻게 갈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면서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전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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