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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성범죄자" "성추행 옹호는 아냐" 윤재순 시 두고 작가들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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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순 대통령 비서실 총무비서관이 과거에 쓴 시에 성추행을 미화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작가들도 해석을 두고 의견이 나뉘고 있다. 작품 속 성추행 묘사 장면에서 "잠재적인 성범죄자의 특징이 보인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성추행을 풍자‧질타한 것으로 "옹호가 아니다"라는 의견도 있다. 다만 윤 비서관의 시가 "언어의 밀도가 아주 낮은", "습작생 수준의 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한국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하며 문학계 '미투 운동'을 촉발한 최영미 시인은 16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 인터뷰에서 "약간의 잠재적인 성범죄자의 그 특징이 보이는 분을 굳이 우리가 나라를 대표하는 어떤 비서실의 비서관으로 앉혀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윤재순 비서관의 '시의 의도'에 대해 그는 "개인적 추측"임을 전제로 "제가 시 속에서 읽은 것은 어떤 욕망이다. 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에 자신의 욕망을 삐뚤어진 방식으로 배출하는 청소년기 자아가 고착된 사례, 그런 어떤 남성의 내밀한 욕망을 읽을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이어 "시인도 한 사회 구성원이고 어떤 지켜야 할 선이 있다. 표현의 자유는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면 안 된다"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논란이 된 시는 윤 비서관이 2002년 검찰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당시 펴낸 시집 '가야 할 길이라면'에 실린 '전동차에서'다. '전동차에서만은 / 짓궂은 사내아이들의 자유가 / 그래도 보장된 곳이기도 하지요 / 풍만한 계집아이의 젖가슴을 밀쳐 보고 / 엉덩이를 살짝 만져 보기도 하고 / 그래도 말을 하지 못하는 계집아이는 / 슬며시 몸을 비틀고 얼굴을 붉히고만 있어요 / 다음 정거장을 기다릴 뿐 / 아무런 말이 없어요'라는 구절이 담겼다.
최 시인은 이 구절을 언급하면서 "이분이 좀 인격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분이구나 (생각했다). 한국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분들 가운데 성에 대한 인식이 아주 낮은 분들이 있다"며 "제가 보기에는 교육의 문제다. 소년기에 고착된 성에 대한 욕망, 그것에 대한 인지가 글로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성추행 가해자의 무례함을 풍자하려는 의도'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구차한 변명"이라고 일축했다. 최 시인은 "풍자라는 것은 빗대어 표현하는 것인데 그분이 쓴 글은 빗대어 표현한 게 아니다. 그냥 그대로를 썼다"며 "풍자라면 위트나 유머가 있어야 되는데 어떤 풍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보는 분들의 기본적 문학적 소양에 대해서 의심이 든다"고 했다.
한편 류근 시인은 "이 시는 실패한 고발시, 실패한 풍자시, 실패한 비판시일 수는 있어도 '성추행 옹호詩'라고 보여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류 시인은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흐름과 맥락을 보면 오히려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젊은이들의 무례와 남성들의 성추행 장면을 드러내어서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인들과 여성들의 고통에 대해 뭔가 비판하고 고발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나름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풍자의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류 시인은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성추행 행태를 묘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성추행 옹호詩'라고 비판받아야 한다면 '흥부전'에서 놀부의 행태만을 떼어 내서 지문을 만들면 그 작품의 작자는 패륜과 악행의 옹호자가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평소 소셜미디어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글을 자주 올렸던 류 시인은 "제가 굳이 윤재순님을 옹호할 이유가 없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비서관의 시가 성추행을 풍자할 의도로 쓰였는지를 두고 작가마다 의견이 엇갈리지만, 대체로 "수준이 낮다"는 데에는 의견이 모아졌다. 최 시인은 윤 비서관의 시에 대해 "주관적인 기준에서는 시라기보다는 산문에 가까운 글이었다"며 "어떤 창의적 표현도 거의 없고 재치나 은유나 기법적인 측면에서도 조금 수준이 낮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류 시인은 "이 시를 비판하려면 차라리 시적 미숙함과 비좁은 세계관, 구태의연하고 졸렬한 표현과 묘사를 지적해야 한다"면서 "시의 완성도 측면에서 함량 미달처럼 보여진다. 서툴고 유치하고 습작생 수준의 치기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페르난두 페아소의 '불안의 책', 파울로 코엘류의 '알레프' 등 포르투갈 문학작품을 우리말로 옮긴 오진영 번역가는 '윤 비서관의 시가 성추행을 풍자한 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작가의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적'이라고 해석했다. 오 번역가는 14일 페이스북에 "시 앞부분에선 노인에게 자리 양보 않는 젊은 것들을 꼬집고 있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그 연속선상에서 성추행을 비난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작품에서 '사내아이들'의 성추행을 묘사한 후 이어진 '자유가 보장된 곳'이란 구절을 독자가 풍자로 읽을 수도, 정석대로 '괜찮은 나라'라고 읽을 수도 있는데, 작가가 두 구절을 굳이 접속사 '그래도'로 연결시킨 걸 보면, '괜찮을 나라'라고 읽을 여지가 크다는 해석이다. 오 번역가는 "'지하철 안은 노인공경 않는 싸가지들이 많아요./ 그래도 사내아이들 자유는 보장된 곳이에요'가 이 시의 요약"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 윤석열 정부를 지지해왔던 오 번역가는 새 정부 인사에서 고위 공직자의 성 인식을 엄격히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17일 페이스북에 다시 윤 비서관의 다른 시 '길'을 언급하며 "시는 시로서 보자고 하는 분들이 계시다.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니 윤재순은 대통령실에서 나가서 시인을 하시고 시집을 내시면 된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실의 총무비서관이라는 고위 공직자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큼 높고 엄격한 수준의 잣대로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이 싫다면, 엄격한 심사를 통과할 자신이 없다면 공직의 책임을 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번역가는 "'20년 전 시까지 가져와서 문제 삼을 일인가' 라거나, '이보다 심한 탁현민도 문재인은 끼고 돌았는데 봐주자' 라며 옹호할 일이 아니다"라며 "20년 전 시에서 드러난 변태 또라이적 성 인식은 윤재순이 대검 시절 받은 두 번의 징계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을 기용하면서 상대 당의 성범죄를 비판한다면 내로남불 소리밖에 들을 게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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