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공황장애 이겨내고 돌아온 이수영 "적금 3개 깨서 새 앨범 제작"

입력
2022.05.17 16:56
수정
2022.05.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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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수영이 17일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린 열 번째 정규 앨범 '소리(SORY)'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신곡 '천왕성'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이수영이 17일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린 열 번째 정규 앨범 '소리(SORY)'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신곡 '천왕성'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시작부터 눈물이 나네요. 갱년기인가.”

가수 이수영(43)은 무대에 오르자마자 눈물을 보였다. 17일 발매되는 정규 10집 앨범 ‘소리(SORY)’를 언론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였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열린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재데뷔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쉴 새 없이 개그맨처럼 너스레를 떨면서도 간간이 울컥 눈시울을 붉혔다. 13년이라는 오랜 공백 끝에 새 앨범을 내놓고 가수 활동을 본격 재개하는 심정을 드러내는 듯했다.

‘소리’는 2009년 정규 9집 ‘대즐(Dazzle)’ 이후 이수영이 13년 만에 내놓은 앨범이다. 기존 곡을 다시 부른 리메이크 앨범이나 드라마 사운드트랙 수록곡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무대 복귀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는 “가수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면서도 단 한 해도 앨범 발표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면서 “소속사가 바뀌는 등 문제가 생기고 곡을 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앨범 제작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1999년 ‘아이 빌리브’로 데뷔해 ‘라라라’ ‘덩그러니’ ‘휠릴리’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발라드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이수영은 9집 발표 후 결혼, 출산과 함께 활동을 중단했다. 데뷔와 함께 스타덤에 오르며 오랜 기간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그리 평탄한 삶은 아니었다. 이전 소속사와 갈등으로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고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빚더미에 오르면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간담회 후 만난 이수영은 “여전히 치료 중”이라면서 “앨범에도 이런 이야기를 조금 담았다”고 말했다.

새 앨범은 준비에만 3년이 걸렸다. 그는 “현재 소속사와는 5년 전부터 함께하고 있는데 그때부터 내가 버는 돈의 일부분을 떼서 적금을 들었다”며 “빚지고 싶지 않아 이번 앨범을 만들기 위해 적금 3개를 깼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인 권영찬을 비롯해 가수 안예은, 이진아, 멜로망스 정동환 등이 곡을 썼다. 타이틀 곡은 가수 부부 권영찬과 프롬이 함께 쓴 '천왕성'이다.

‘소리’에 담긴 8곡에서 이수영은 특유의 창법과 감성으로 노래한다. 앨범 제목은 중의적이다. 그는 “예전엔 노래를 잘하려고 애썼던 데 반해 이번엔 소리에 집중하려 했다”며 “온전히 내 목소리가 어떤 소리인지 찾아가는 여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나의 소리뿐 아니라 주변의 아파하는 사람들의 소리까지 담으려 했고, 힘든 삶을 살아왔던 사람으로서 스스로에게 미안함(Sorry), 가수로서 오래 쉴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미안함, 팬들에 대한 미안함도 담았다”고도 했다.

이수영은 새 노래를 부르며 가수로서 ‘행복’을 되찾았다. “노래는 제게 행복이고 저를 숨쉬게 하는 것이더라고요. 첫 녹음하는 날, 녹음실에 들어가서 목을 풀며 노래하는데 피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확 순환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앨범을 냈으니 콘서트도 꼭 하고 싶습니다. 예전엔 앨범 내면 선주문이 10만 장 이상 들어왔는데 요즘 CD를 이렇게 안 사는 줄 몰랐어요. 이번엔 우선 1,000장 찍었는데 걱정이네요.(웃음)”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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