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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휴지 조각 된 암호화폐… 2040은 왜 투자 포기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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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한몫 벌어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2년 전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2,000만 원 넘는 손실을 본 직장인 백모(36)씨는 최근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백씨는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이득을 보자 욕심이 생겨 가격 변동성이 큰 '잡코인'으로 투자 종목을 바꿨다. 한때 2억 원 가까운 수익을 올렸지만 결국 적지 않은 돈을 잃었다. 백씨는 당시 암호화폐를 샀던 이유에 대해 "이득을 본 사람들이 많기에 나도 좀 벌어서 전셋값이나 보탤까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루나·UST 가격 폭락 사태로 국내에서만 투자자 수십만 명이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암호화폐 주요 투자 계층인 2040세대의 위험투자 성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투자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은 주택을 포함한 자산 가치가 근로소득이나 제도권 금융 투자로는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으면서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암호화폐 투자는 20~40대 계층, 그중에서도 남성 비중이 높다. 금융정보분석원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29개 가상자산사업자(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는 인원 558만 명 가운데 30대가 174만 명(31%)으로 가장 많았고 40대(148만 명, 27%)와 20대 이하(134만 명, 24%)가 뒤를 이었다. 2040세대가 전체 암호화폐 투자자의 82%를 차지하는 것이다. 50대는 80만 명(14%), 60대는 23만 명(4%)에 그쳤다. 성별로 보면 남성 비율이 67%로 여성(33%)보다 2배가량 높았다.
전날 금융위원회는 루나 코인 보유자를 28만 명으로 추정했는데, 업계에선 루나 투자자 대다수를 2040세대로 보고 있다. 지난달 14만5,900원까지 올랐던 루나 가격은 전날 0.24원으로 폭락한 상태다.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이들 세대는 공통적으로 '자산을 불리고 싶은데 투자 자금은 부족한 현실'을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이유로 들었다. 부동산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주식은 큰 이득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니 암호화폐를 자연스럽게 대안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투자 경험이 있다는 직장인 심모(38)씨는 "부동산은 진입 장벽이 높고 주식은 찔끔찔끔 오르다 보니 암호화폐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한탕을 노리는 심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트렌드를 따르는 차원에서 암호화폐에 소액 투자를 했다는 대기업 직원 조모(37)씨는 "월급만으론 자산을 만드는 게 어려운지라 가상자산에 눈이 갔다"면서도 "코인은 규제 장치가 없어 여전히 (큰돈을) 투자하기엔 꺼려진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암호화폐에 투자했다는 강모(33)씨는 "부동산에 투자하려니 (대출)이자 부담이 커서 주식보다 빨리 결과를 볼 수 있는 코인에 투자했다"고 투자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변동폭이 크니까 처음에 접한 사람들은 심리적 압박이 있는데, 오래 투자한 사람들은 70%쯤 손해가 나더라도 그러려니 하면서 상승장이 다시 오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산소득 증가율이 근로소득 증가율을 앞지르며 소득불균형이 확대되는 상황을 암호화폐 투자 붐의 근본 요인으로 지목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값 등 자산 가격이 터무니없이 올라 월급만으로 자산 형성을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2040세대가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에 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정책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섣불리 나섰다간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간 또 다른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며 신중한 대안 모색을 주문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는 심리에서 젊은 사람들이 위험성이 높은 암호화폐에 몰리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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