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EF 참여' 밝힌 윤 대통령… 미일 주도 속 발언권 '확대'가 관건

입력
2022.05.16 21:00
수정
2022.05.18 18:3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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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첫 시정연설서 "바이든과 IPEF 논의"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1일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언급했다. IPEF 참여는 포괄적 한미동맹을 강조해온 새 정부 외교 분야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한 '전방위 참여'를 시사하며 힘을 실었다. 다만 '대(對) 중국 견제' 맥락에서 제안된 연합체인 만큼 우리로서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데다 주도권을 쥔 미국과 일본 사이에 얼만큼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는 것은 과제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번 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제안한 IPEF는 공급망 등 새로운 경제안보 의제들을 다루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포괄적 경제협력구상체다. 방한 직후인 22~24일 바이든 대통령의 방일 기간 공식 출범할 가능성이 크고,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이 참여국으로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IPEF를 통해 다룰 의제로서 공급망 안정화 방안 외에 "디지털 경제와 탄소 중립 등 다양한 경제안보 관련 사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밝힌 '디지털 경제', '공급망 협력', '탄소 중립'은 각각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 △공급망 회복력 △청정에너지·탈탄소화·인프라 △조세·반부패 등 IPEF 4대 의제 중 앞부분 3개에 포함되는 핵심 주제다. IPEF는 참여국들이 의제별로 협정 채택 여부를 정하는 '모듈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은 4대 의제에 모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정상회담 후 채택될 공동성명에도 IPEF 출범에 대한 환영 메시지 외에 핵심 의제들에 대한 협력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단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논의는 선언적 의미가 큰 만큼, 향후 의제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보다 중요하다. 특히 IPEF 참여는 문재인 정부의 미중 간 '줄타기 외교'에서 향후 무게중심을 미국에 두겠다는 뜻인 만큼 한국 입장에서는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주도권을 쥔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분명하게 행사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초창기부터 참여하는 데다 반도체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도 있어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고 했다.

중국과 깊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의 참여를 견인하는 것도 우리의 지분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양희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의제를 제시하고,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일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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